[사설]이봉화 차관의 경우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은 올 2월 임명될 때부터 땅 투기를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1986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경기 안성시 원곡면 지문리의 논과 밭 3필지를 사기 위해 주소지를 안성으로 옮겼다가 다시 서울로 이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차관은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남편이 나와 상의 없이 농지를 매입해 잘 몰랐다” “내 명의로 등기한 것도 몰랐다”고 잡아뗐다.

최근엔 차관 임명 직전(1월 28일)에 쌀 소득 보전 직불금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다음 차관 임명 전날(2월 28일) 부속서류인 자경확인서를 제출했다. 신청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이던 이 차관은 직불금 신청을 본인 명의로 했다. 쌀 직불금은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이 차관의 직불금 신청은 누가 봐도 땅 투기 의혹을 감추기 위한 편법이다.

이 차관은 “남편이 2∼7월에 8회에 걸쳐 ‘농지경영’을 했기 때문에 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의 남편은 서울에서 전자부품 도소매 및 무역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서울∼안성을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오가며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주장에 대해 현지 농민들도 “웃기는 일”이라고 코웃음을 칠 정도다. 이 차관은 “8월에 논을 팔았기 때문에 직불금 신청은 자동 무효”라고 했지만 직불금도 타기 전에 갑자기 땅을 판 것을 보더라도 농지경영은 땅 투기를 위장하기 위한 구실이었을 뿐이다.

박미석 전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도 남편 명의로 된 ‘영종도 논’의 자경확인서를 급조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하고 말았다. 이 차관의 경우는 한술 더 떴다. 직불금 제도를 이용해 행정관청을 속이려 한 사람이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조차 “당이 개인의 도덕적 비리까지 막아줄 필요는 없다”고 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거짓 변명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는 사람이 고위공직자로 있는 마당에 대통령이 한마음, 한뜻을 호소해도 국민이 가슴을 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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