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有職有責 任職負責 失職問責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0분


최근 중국에서 당정 고위 간부들에게 직무상 과실 책임을 묻는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22일 5만여 명의 영아를 신장결석 환자로 만든 멜라민 분유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장관급인 리창장(李長江)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질검총국) 국장과 차관급인 허베이(河北) 성 스자좡(石家莊) 시 우셴궈(吳顯國) 당서기를 경질했다.

이에 앞서 14일엔 산시(山西) 성 샹펀(襄汾) 현에서 발생한 광산 산사태로 268명이 사망 또는 실종한 책임을 물어 장관급인 멍쉐눙(孟學農) 산시 성장과 차관급인 장젠민(張建民) 부성장을 면직했다. 일주일 사이에 장차관 4명의 ‘목’을 날린 셈.

각종 인명사고에 대한 문책도 즉각 이뤄지고 있다. 20일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시 룽강(龍崗) 구의 대형 디스코텍에서 발생한 화재로 43명이 숨지고 88명이 다치자 중국 정부는 다음 날 황하이광(黃海廣) 룽강 부구청장 등 관련자 5명을 면직했다.

또 21일 허난(河南) 성 덩펑(登封) 시 탄광에서 가스폭발 사고로 30여 명이 숨지자 이튿날 우푸민(吳福民) 덩펑 시장을 면직 처리했다.

매년 각종 인재(人災)로 2만여 명씩 숨지는 중국에서 수십 명이 숨지는 사고는 비일비재하다. 그런데도 이런 사고를 이유로 곧바로 관련 간부를 문책한 것은 ‘책임행정’을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9일 이례적으로 중앙과 지방 정부의 고위직 간부를 모두 불러 모아놓고 일부 간부가 인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중대 문제에 (도덕)불감증에 걸려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도 21일 멜라민 분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책임 있는 간부는) 단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국 국민은 최고 지도부의 이런 자세를 적극 지지하는 모습이다. ‘직책마다 책임이 있고(有職有責·유직유책), 직책에 앉으면 책임을 져야 하고(任職負責·임직부책), 직무상 과실이 있으면 문책을 한다(失職問責·실직문책)’는 ‘행정책임제’를 구현하기 위한 3원칙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만 강조해야 할 게 아닌 듯하다. 자리다툼엔 열중하면서 책임은 안 지려 하는 한국의 일부 고위직 관리에게도 강조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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