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교계의 ‘종교 편향’ 불만 李대통령이 해소해야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1분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불교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불교단체를 대표하는 스님과 신도들이 단식 농성과 시위를 벌이고 있고, 27일에는 27개 불교종단과 각종 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정부 규탄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정부 여당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듯해 걱정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승만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개신교 출신 대통령이지만 유독 불교계와의 갈등이 두드러진 편이다. 국토해양부의 수도권 대중교통정보 사이트에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교육지리정보시스템에도 사찰 정보가 몽땅 빠진 것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조계종 총무원장 탑승 차량이 경찰의 검문수색을 당한 것도 오해를 살 만하다.

조계종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24건의 종교 편향 사례가 올라 있다. 포항시를 기독교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예산의 1%를 쓰겠다고 했던 전직 시장 얘기도 있고, 청와대 경호처 전 차장이 ‘모든 정부 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교회를 대거 투표소로 이용해 조계종 총무원장이 교회에서 투표해야 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불교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사례들이다.

물론 불교계가 주장하는 종교 편향 사례들 중에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도 있고 정부나 대통령과 직접 관련 없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쪽이 정부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공직자들이 대통령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종교코드’ 맞추기를 했다고 의심될 만한 사례도 있다. 주요 공직인사에서 대통령이 다니던 교회 신도나 개신교 출신이 우대받는다는 인상을 준 것도 불교계의 불만을 키웠다. 정부와 대통령이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의 종교 편향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고 국민정서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다종교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종교 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 의한 종교 차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평화를 깨선 안 된다.

공직자의 종교 편향을 법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법 이전에 공직자의 의식과 자세에 관한 문제다. 사려 깊은 정부와 공직자라면 개인적으로 믿는 종교와 공적인 업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나서서 불교계의 불만을 해소해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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