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新 ‘콩가루정권’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두 달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홍준표 의원이 선출됐을 때 주위의 평가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검사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굳힌 강성 이미지에다 좌충우돌식의 언행 때문이었다. 그런 성향이기에 ‘쇠고기 문제’로 꽉 막힌 난국을 시원히 뚫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고, 야당이나 정부와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해 사고를 칠 것이란 우려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겨우 2개월여 만에 기대는 못 채우고, 사고만 쳤다. 국회 원(院) 구성 협상 하나 매듭짓지 못한 채 ‘집안 분란’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선 관련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고 쇠고기 국정조사까지 합의해 줬다. 원 구성 협상을 위해 MBC PD수첩 제작진을 쇠고기 청문회 증인에서 빼주고 국회 운영의 핵심인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민주당에 양보했다. 그런데도 얻은 것이 없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왜 야당에 양보만 하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요구한 장관 인사청문특위 구성을 들어줄 듯하다가 거부하면서 청와대 핑계를 댄 것은 치명적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원내대책회의에서 “왜 정권을 교체했는지 답답하다. 이런 식으로 정부를 운영하면 무정부 상태”라고 말해 청와대 속을 긁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여당 원내대표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웬 시비냐’는 식이다. 홍 원내대표만이 청와대와 손발이 안 맞는 게 아니다. 박희태 당 대표는 난데없이 대북특사 얘기를 꺼냈다가 하루 만에 대통령으로부터 거부당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놓고도 청와대와 임태희 당 정책위의장이 엇박자를 보이다 겨우 조정됐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그런데도 마치 서로 남의 집인 양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채널을 여러 개 만들었다지만 있으나마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권교체에 대한 소명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왜 자신들을 선택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172석의 한나라당이 81석의 민주당에 끌려 다니고, 같은 편끼리 총질이나 해댈 리가 없다. 정권이 출범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돼가는데 대체 한 게 뭔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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