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Business Review]국제금융-재무분야 대가 은철수교수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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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철수 조지아공대 석좌교수는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는 한국 기업은 M&A 이전에 우선 해외 주식시장 상장부터 추진해 해외 자본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기  기자
은철수 조지아공대 석좌교수는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는 한국 기업은 M&A 이전에 우선 해외 주식시장 상장부터 추진해 해외 자본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기 기자
석학 인터뷰 서울대 MBA스쿨-동아일보 공동기획

“외국기업 M&A 나서기전

해외증시에 먼저 입성하라”

“글로벌시대 해외 상장

국제 신뢰 높이고

실탄 마련에도 도움

기술-브랜드 등

무형자산 거래엔

M&A가 가장 효과적”

《동아일보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함께 3월부터 세계 최고의 경영 석학들과 릴레이 인터뷰 및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해외 M&A, 해외 투자 등 국제 금융 분야의 권위자인 은철수 조지아공대 석좌교수를 만났습니다. 서울대는 글로벌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해 경영학 분야별로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낸 외국인 교수 21명을 7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초청합니다. 동아일보는 인터뷰나 대담을 통해 서울대에서 강의하는 석학들의 첨단 경영기법과 이론, 통찰 등을 소개합니다. 서울대 MBA스쿨 및 동아일보와 함께 천재 경영이론가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는 시도 자체는 좋지만 경험도 없이 해외 M&A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 전에 해외 주식시장에 자사 기업을 먼저 입성시켜 해외 자본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고 M&A를 위한 실탄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 해외증시 상장 통해 선진 자본시장 학습 중요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중장비업체 밥캣을 인수하는 등 국내 업체의 해외 기업 인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인수 비용과 다양한 법적 규제, 정보 부족, 문화적 차이로 인한 ‘합병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 어려움 등 해외 M&A의 위험 또한 상당하다. 국제 금융 및 재무 분야의 석학인 은철수 조지아공대 석좌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M&A 노하우를 쌓기 위해서는 해외 주식시장 상장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해외 주식시장 상장 비율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볼 수 있는 한국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죠. 해외 주식시장 상장으로 기업들은 국제 자본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또 선진 지배구조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은 교수는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이 해외 증시 상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M&A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현금과 주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피인수 회사는 현금 인수를 선호하겠지만 해외 M&A의 막대한 재무 부담을 감안하면 모든 인수 기업이 현금으로 인수 대금을 지급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해외 주식시장에 자사 기업을 상장해 놓으면 피인수 기업과 주식 맞교환을 시도하거나, 현금과 주식을 섞어 인수대금을 지불하는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 M&A 나설 땐 기술혁신 여부 최우선 고려해야

M&A, 특히 해외 M&A가 한국 기업들에 왜 중요한지 물었다. 은 교수는 혁신적 기술, 브랜드, 연구개발(R&D), 마케팅 네트워크 등 기업의 무형자산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M&A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나 브랜드 같은 무형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런 무형자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이 M&A를 추진할 때도 피인수 기업의 무형자산, 특히 기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여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기술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혁신적 기술을 시장에서 사들이거나 혁신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유용하면서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가 바로 M&A입니다. 글로벌화를 화두로 삼는 한국 기업들이라면 해외 M&A를 통해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 바람직한 M&A 사례는 AMD의 넥스트젠 인수

은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바람직한 M&A 성공 사례로 1995년 미국 반도체업체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넥스트젠(NextGen) 인수를 꼽았다. 기술 확보를 위해 추진한 전략적 M&A가 한 기업의 위치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줬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업체 인텔에 밀려 기업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던 AMD는 넥스트젠의 기술을 받아들여 애슬론 칩(Athlon chip) 개발에 성공했다. 애슬론 칩의 대성공으로 기사회생한 AMD는 지금도 인텔의 경쟁자로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은 교수는 일본 제조업체들 역시 M&A 성공 모델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일본 제조업체들은 R&D에 강점을 갖고 있는 미국 기업을 잇달아 인수해 피인수 기업의 기술 노하우를 습득했습니다. 이를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M&A에 성공하면 주가 하락을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 기술 기업을 인수한 일본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또 M&A 이후 인수 기업의 주주가치가 피인수 기업 주주가치 이상으로 상승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면 은 교수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M&A의 사례로 다임러벤츠의 크라이슬러 인수를 꼽았다. 1998년 다임러는 37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크라이슬러를 인수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기업 문화 차이, 강성 노조 문제로 인한 인건비 절감 실패, 일본 자동차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했다. 결국 다임러는 지난해 사모펀드 서버러스에 70억 달러를 받고 크라이슬러를 넘겼다.

“서버러스가 지급한 매각 대금 70억 달러의 대부분은 크라이슬러 공장 운영에 투자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다임러가 손에 쥔 현금은 거의 없는 셈입니다. 370억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두 기업의 결합에 따른 장점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술 측면에서는 아무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은 교수는 M&A 후 합병 기업 혹은 인수 기업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한다는 평가에 반드시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M&A가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따라서 M&A 후 주가 하락이 M&A의 결과인지, 시장 활황 당시 고평가 상태였던 주식이 조정 과정을 겪는 것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값보다 턱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해 인수전에서 승리한 기업이 M&A 후 자금난에 빠지는 것) 현상이 나타난다 해도 이는 M&A 협상 과정의 잘못이지 M&A 자체의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M&A가 상당히 많은 위험을 내포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 하락을 우려해 M&A를 주저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은철수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멤피스대에서 각각 국제경제학과 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뉴욕대(NYU)에서 국제금융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네소타대, 메릴랜드대 등을 거쳐 1994년부터 조지아공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싱가포르 경영대, KAIST 등에서 초빙 교수도 지냈다. 자본시장 이론과 국제 기업 재무가 주 연구 분야다.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1호(6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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