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기련]수소에너지시대 한국이 선도하자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이제 국제유가는 불변가격 기준 사상 최고인 150달러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유가 200달러 시대가 온다고 한다. 당장은 저성장-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이 걱정이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위기 때 경험한 1%대 세계 경제성장, 5%대 물가 상승이 재연될 것 같다. 이 경우 글로벌 경제협력체제가 붕괴되고 자원민족주의를 배경으로 한 지역 갈등이 커질 것이다.

석유위기를 에너지혁명 기회로

석유위기가 문명위기로 번질 위험도 있다. 석유문명위기론은 당초 ‘석유종말(End of Oil/Peak Oil)’ 이론에서 연유한다. 지질학적 한계에 따라 투자 증대와 기술 혁신을 통한 석유 증산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하루 8500만 배럴 수준의 세계 원유 생산이 최고 1억 배럴을 넘길 수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에너지 시장논리의 한계이자 기술 혁신의 한계다. 1970년대 자원 고갈에 따른 지구문명 종말을 역설한 ‘성장의 한계(Limit to Growth)’ 이론의 재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론의 허구를 이미 경험했다. 이론상 에너지 문제는 특정 가격 수준만 보장된다면 무한공급이 가능한 궁극에너지 기술(Back-Stop technology) 실용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대체에너지는 아직 적절한 경제성과 기술적 성숙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서 에너지 안정-저가 공급은 기술 혁신보다 더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에 따르면 2025년에도 화석에너지의 비중이 80%를 상회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전지, 풍력 등의 실용화는 전력 생산원가의 최대 10배 수준 추가보상(국민부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번에는 대체에너지의 시장 진입을 막아 온 규모의 경제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름 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일 샌드 등 비(非)전통적 석유자원들이 유가 50달러대 이상에서는 실용화되고 있다. 이미 캐나다 앨버타 주 등에서 관련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고유가 탓에 여러 신에너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자원 고갈의 위험이 없고 환경오염을 극소화하는 신재생에너지가 당연히 선두다. 유럽이나 일본은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그들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고유가를 계기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미래 에너지혁명은 탈탄소화(Decarbonization)를 중심으로 진전될 것이다. 석유나 석탄 등은 탄화수소(수소와 탄소의 화합물)가 주성분이다. 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존양이 적은 탄소 때문에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의 위험이 초래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궁극에너지는 수소다. 수소는 가볍고 풍부한 에너지이지만 높은 에너지집적도(단위 중량당 석유의 3배)를 가진다. 고유가를 계기로 수소 기술혁신이 성공하고 나아가 수소경제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이때에는 수소 생산 및 소비설비들이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수소에너지 웹(HEW·Hydrogen Energy Web)’이 등장할 것이다. 이 수소 웹은 IT 시대를 연 WWW(World Wide Web)에 버금하는 사회변혁을 유도할 것이다.

IT 앞서 신재생연료 활용 유리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부족과 기술혁신 능력 미흡이라는 이중고에 봉착하고 있다. 요즘에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 압력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 구성 능력은 탁월하다. 따라서 IT와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결합한 새 에너지 활용체계 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다. 이를 건설기술과 결합하면 고유가시대 최대 해결 과제 중 하나인 국토의 효율적 이용 시스템 개발도 기대된다. 단위 기술보다 시스템 기술로 승부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고유가가 부담만이 아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에너지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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