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국양]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김수현 작가의 새로운 연속극은 소개될 때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요즈음 주말 저녁에 방영되는 ‘엄마가 뿔났다’라는 연속극 역시 넓은 연령층의 시청자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다. 다른 작가와의 차별성이 무엇일까 유심히 살펴보니, 그녀는 우리 사회 내의 계층과 연령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유난히 잘 파악하고, 이를 작품 안에 풀어내어 코믹하게 전개하는 방법으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속물적인 부자로 주인공 막내딸의 시어머니인 고은아(장미희 분)를 등장시키고, 작가는 이 역을 왕따로 만듦으로써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주고 있다.

부자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의 임명, 영어교육 강화, 자율화 교육정책, 혁신도시 조정, 한반도 대운하, 미국 쇠고기의 수입 협상으로 이어진 새 정부의 정치 행위들이 국민의 저항을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름 값은 계속 오르고, 물가도 덩달아 뛰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아직도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으니 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부자들은 연속극 속의 고은아처럼 우아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고, 불공평하게도 그녀의 자식은 공부까지 잘하니 서민들의 불만이 더욱 쌓일 수밖에 없다.

이미지사회 소통법 익숙해져야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원인을 짚어 보면, 정부의 과도한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옳은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느냐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옳고 그름의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하기 때문이다. 편의성을 생각해서 공청회 정도로 국민의 의견을 듣거나, 정보 계통으로 들어오는 동향보고를 여론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잘못된 판단이다. 국민으로부터 동의를 얻는 과정 또한 출입 기자들을 모아 놓고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법만을 택한다면 정부가 시대의 변화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디지털 문화의 발달로 이제는 정보가 양방향으로 교환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확대재생산되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 총장을 지낸 제임스 듀더스타트와 같은 학자는 현대사회를 ‘이미지사회’라고 한다. 원시사회에서 우리 인간의 의사소통이 상대방의 감각기관을 공감시키려고 노력하는 형태였다면, 중세에 이르러 인쇄가 상용화되며 소통은 글의 속성인 선형적인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TV, 컴퓨터, 인터넷이 보급되며 소통의 형태가 다시 원시적인 구어적 시각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시대상황하에 계층 간의 갈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러 계층과 대화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었던 현대 정치인을 꼽으라면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에서 네 번에 걸쳐 대통령으로 선출된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들 수 있다. 그는 최초로 개인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해 주요 정책결정에 반영한 미국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탁월한 소통능력으로 치른 대선마다 지식인, 기업가, 진보 정치인, 신교 신자, 가톨릭 신자, 유대인, 도시 근로자, 농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랑을 받았다.

뉴욕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소외받는 계층을 배려하는 노력으로 특권층보다는 서민들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인식됐다. 39세에 바이러스에 감염돼 전신이 마비되는 병에 걸려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이 되었으나, 불행을 딛고 국가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 대공황을 겪고 있던 미국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 같다. 특히 대중 앞에 나타날 때는 허리와 다리에 강철로 만든 보조기를 차고 서 있는 자세로 연설을 했고, 심지어는 걷기도 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이라는 단어뿐이다”라는 말로 어려운 시기의 국민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을 미국인들은 지금도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다.

루스벨트, 서민 눈높이 맞춰 성공

사망으로 네 번째 임기를 마치지는 못했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취임 초 실업률은 25%였으나 후임 대통령은 실업률이 1.9%인 나라를 승계했다. 요즈음 우리 국민이 느끼는 갈등 단계를 넘어선 불만과 현실에 대한 위기감도 우리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해소될 것 같다. 국민의 의견을 현명하게 수렴하고 이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결정된 정책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며 동의를 얻어 추진하고,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용기를 주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 대통령에게서 보고 싶다.

국양 서울대 연구처장·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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