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통하고 변화해야

  • 입력 2008년 5월 14일 23시 03분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제 국무회의에서는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에 관한 문제는 정부가 사전 사후에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제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 때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석 달도 안 돼 지지율이 30% 밑으로 추락한 원인의 하나를 ‘소통의 부족’에서 찾는 것은 바른 진단이라고 본다. 인사(人事) 잡음에서 쇠고기 파동에 이르기까지 이 정부가 진실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부터 ‘열심히 해 성과를 내면 국민이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뛰어다녔지만 이런 선의(善意)가 국민의 가슴에 충분히 스며들지 못했다. 오히려 반감과 냉소만 키웠다. 대통령이 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다행이다.

소통하려면 우선 들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위해 주변 상인들과 4200번 이상 만나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 자세라면 누구와도 소통 못할 리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같은 국가 과제 앞에서라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도 통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도 그렇다. 같은 당의 박 전 대표도 끌어안지 못하고 어떻게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는가. “청와대 회동만 하면 (두 사람) 사이가 더 멀어진다”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경청(傾聽)하되 말은 아껴야 한다. 쇠고기 협상 타결 후 “미국산 쇠고기가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 먹으면 된다”고 한 것은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었다. 청와대가 부처님오신날에 한 사찰에 시주를 하면서 이를 해당 구청의 과장을 통해 전달케 했다가 뒤늦게 대통령 수석비서관과 장관이 찾아가 사과한 것도 소통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장관들이나 청와대 참모들도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그제 기자들에게 쇠고기 협상의 책임이 외교통상부에 있다고 말한 것은 경솔한 발언이었다. 외교부가 즉각 반박하는 바람에 자중지란(自中之亂)처럼 비쳤으니 이런 정부가 국민과 무슨 소통이 되겠는가.

소통하되 소통이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통령부터 스스로를 다잡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엄정함을 견지해야 한다. 능력이 떨어지거나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은 바꿔서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석 달여 간의 시행착오가 남은 임기에 쓴 약(藥)이 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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