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객정보 빼돌리기, 엄벌로 발 못 붙이게

  • 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57분


하나로텔레콤이 고객 600만 명의 개인정보 8350만 건을 불법 유통시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회사는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초고속인터넷 가입 고객의 신상정보를 1000여 개 텔레마케팅(TM) 업체에 넘겼다. TM 업체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하나TV와 인터넷 전화에 가입할 것을 권하는 스팸전화를 걸었다. 국내 유선통신업계 2위의 통신 대기업이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스팸전화의 본거지였던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의 고객정보에는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전화 사기(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고객정보를 빼돌렸다는 점에서 질이 나쁘다. 해킹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했다가 고객정보가 유출된 옥션과는 차원이 다른 범죄 행위다.

인터넷 없는 생활을 생각하기 힘든 시대가 됐지만 명색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의 보안 인프라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 전산망까지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을 정도다. 1081만 명의 개인정보가 새나간 옥션의 경우 유출된 정보가 중국 사이트에서 대거 유통돼 회원들의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제에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과다하게 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관행을 개선하고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생년월일 결혼여부 결혼기념일 자녀유무 같은 사생활 항목까지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해커들의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이렇게 제공한 개인정보가 본인도 모르게 새나갈 위험이 커졌다. 선진국에선 기초적인 신상정보만으로도 사이트 이용에 제한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어제 ‘인터넷상 개인정보 침해방지 대책’을 마련해 전자상거래와 관계없는 사이트는 가입자들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세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해킹 방어체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에 개인정보는 기본적인 인권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정부와 업계는 보안 인프라 구축 노력과 함께 종사자들의 윤리교육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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