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차수]유권자들이 할 일

  • 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3분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하루 종일 표밭을 누비고 있지만 아직도 부동층이 50%대에 이른다. 각 당이 후보를 늦게 정한 데다 정책 경쟁 실종이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채질한 탓이다.

이번 총선은 4년 동안 국정을 좌지우지할 선량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총선의 성격을 분명히 인식하고 과거를 반추해봐야 한다. 미래를 짚어보는 것도 빼놓아선 안 된다. 인물과 정당 중 무엇을 먼저 고려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번 선거는 정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율이 엇갈리고 뚜렷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는 이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의 ‘안정론’과 ‘견제론’ 대결이 그나마 이슈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안정론’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 살리기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통합민주당의 반대로 정부조직 개편이 누더기가 된 것을 야당의 발목잡기 대표 사례로 꼽는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견제론’을 주장한다.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반도 대운하 강행 등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출범 한 달이 갓 지난 이명박 정부도 중간 평가해야 한다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지난주 본보 여론조사에서는 안정론(46.7%)과 견제론(42.7%)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유권자들도 양분돼 있지만 물밑에서는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총선 때도 안정론과 견제론이 대결했고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정권 출범 3개월 만에 실시됐던 1988년 13대 총선 때 민정당은 299석 중 125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지만 평화민주당(70석) 통일민주당(59석) 신민주공화당(35석)의 선전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야당의 견제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못한 채 ‘물태우’라는 소리를 들었다. 민정당은 결국 1990년 3당 합당으로 여대야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당이 야합한 3당 합당은 한국정치를 후퇴시켰다. ‘DJP연대’에 이어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등 파행적 합종연횡이 잇따랐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낙천자 복당 허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1차 영입 대상은 살아 돌아온 낙천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대거 복당할 경우 한나라당은 계파 싸움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여대야소가 긍정적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17대 총선 때 노무현 탄핵 역풍 덕분에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15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탄돌이’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민생과 거리가 먼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관계법 제정, 과거사 관련법 제정)에 매달리면서 여야간 극한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100년 정당을 표방했던 열린우리당은 민심 이반으로 설자리를 잃자 이합집산을 거듭한 끝에 4년 9개월여 만에 통합민주당으로 변신해 이번 총선에 나섰다.

결국 무엇을 위한 안정론인지, 누구를 위한 견제론인지가 중요하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18대 국회의 틀이 짜여질 것이다. 각 당의 공과(功過)와 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히 따져보고 적임자를 고르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김차수 정치부장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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