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준모]‘그냥 쉽니다’ 163만명 살리는 길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최근 통계청은 일할 능력은 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에 나서지도 않고 취업준비도 하지 않고 ‘쉬었음’이라 응답한 인구가 162만8000명이라고 집계했다. 올 1월 처음으로 160만 명대를 돌파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최고치다. 이처럼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해 가는 적신호가 켜진 와중에 2월 중 실업률은 전년 동기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진 3.5%로서 ‘양호한 상태’를 나타내 노동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인력 정규계약직 채용해야

162만8000명 중 대다수는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층에 해당된다. 청년 니트란 취직도 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 과정에도 없는 비경제활동인구화된 청년층을 말한다. 청년 니트는 네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된다. 첫 번째 유형은 고시족, 공시족을 포함하는 함정형 니트로, 41만7000명을 점한다. 두 번째 유형은 현실 회피형 니트로, 일본의 은둔 외톨이(히키코모리) 니트족과 유사하며 30만5000명 정도다. 세 번째 유형은 가족 노동형 니트로, 구직 무급 종사자와 가사 노동자를 포함하며 30만 명 이상을 점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통적인 청년 실업자를 더하면 청년 니트는 최소 133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니트 문제가 야기된 원인을 살펴보면 먼저 수요 측면에서 고용 경직성이 기업들로 하여금 신규 대학졸업자의 채용을 꺼리게 하고 있다. 고용조정이 어려울수록 기업들은 생산성이 불확실한 근로자보다는 검증된 경력자를 선호한다. 노동법-단체협약에 의한 정규직 근로자 과보호가 기업의 청년고용창출능력을 반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대졸자의 과잉 공급이 청년 니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청년의 82%가 대졸자인 현실에서 청년들은 해외 연수, 토익 점수 높이기, 자격증 취득 등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투자할 수밖에 없다. 대졸자 양산은 취업 희망자의 눈높이를 과도하게 높이며, 과거 고졸자가 하던 업무에 대졸자가 하향 취업하며, 전공에 맞지 않는 일자리라도 선택해야 하는 추가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필자는 청년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신정부가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신규 노동력에 대한 3∼5년 단위의 정규계약직 채용을 허용함으로써 기업은 근로자의 생산성을, 근로자는 기업의 직무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현재 2년 후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법과 차별화된 법제로서 추진돼야 한다.

둘째, 기업 소재 지역의 대학 재학생에 대해 직장·직업을 체험하는 인턴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인턴제를 1, 2년 단위의 과목으로 설정해 기업이 인턴학생들에 대한 학점을 주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기업은 근로자에 대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근로자)은 직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직무와 근로자 간 매칭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청년 고용 컨트롤 타워 명확하게

셋째, 청년 고용 정책 대상을 분명히 하고 심리상담, 공공 일자리 제공, YES(Youth Employment Service) 및 잡 카페 등과 같이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체 청년을 위해 무차별적 정책을 만들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해서는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청년 고용 문제의 전담부서를 명확히 하고 교육-노동-산업으로 이어지는 정책 컨트롤 타워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 타워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 그리고 지식경제부 간에 정책업무 조율뿐만 아니라 기업 규제 완화 등 정부정책에 대한 고용영향평가를 해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부터 핵심 업무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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