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은희]뉴턴이 가르쳐준 합리적 사고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0분


내가 쓴 책의 주 독자층이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초중고교생들에게 메일을 종종 받곤 한다. 그리고 그 메일의 내용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비슷하다. 대부분은 ‘과학을 잘하고 싶은데―다시 말해 과학 시험을 잘 보고 싶은데―어떤 비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처음 메일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일반적인 내용의 답장을 써 보냈지만, 똑같은 내용의 메일이 늘어나면서 무언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묻기 시작했다. 과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과학을 잘하고 싶어 하는지, 과학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과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말이다. 그러나 답을 보내 온 학생은 아직 없다.

답이 없었으니 그동안 받은 메일 내용을 종합해 본 결과, 학생들은 과학이란 것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뭔가 어렵지만 왠지 멋있는 것, 복잡하고 힘들지만 신기하고 대단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우리 교과서들은 훌륭한 과학적 지식과 원리로 가득하고 사회는 과학을 꼭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과학이 무엇이고 나아가 우리가 왜 과학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다.

과학을 표현한 말 중에 가장 적절한 말은 ‘과학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다윈주의 진화론의 내용을 아는 것보다는, 그 법칙이나 이론을 도출해 내기 위해 그들이 따라갔던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과학은 논리의 학문이다. 우리가 과학을 배우는 이유는, 과학의 논리들이 성립하게 된 과정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과학적 이론은 계시를 받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못하며, 그 분야의 권위자들이 주장한다 해서 받아들여지는 종류의 것도 아니다.

과학 분야에서는 관찰을 통해 얻은 1차 결과에서 이들을 관통하는 가설을 설정하고, 다시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관찰과 실험을 거쳐 그 가설이 제대로 작동함이 증명돼야 비로소 하나의 법칙이 된다. 그리고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이 법칙을 설명할 수 있어야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게 탄탄하게 만들어진 과학적 이론도 불변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가설이 도출되고 이것이 증명되면 얼마든지 수정되거나 대치될 수 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는 수정 가능한 ‘열린’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종 과학이론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며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하다. 내게 질문을 던진 많은 학생들도 그랬다. 또한 그동안 우리의 정규 교육과정이 과학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학 과목을 ‘잘할 수 있는 방법’만을 내게 물어 온 것이었다. 이처럼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가벼이 다루어지는 탓에, 첨단 과학기술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아직까지도 ‘왜 이상한 것을 자꾸만 믿는지’에 대해 과학사학자 마이클 셔머 씨가 통탄하는 책을 내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를 합쳐 ‘인재과학부’로 통합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 명칭은 다시 ‘교육과학부’로 바뀌긴 했지만 처음 ‘인재과학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과학이란 그저 재주 많은 기능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는 의미뿐이었던가 싶어 씁쓸했다. ‘과학’이란 말 속에 ‘기술’과 ‘지식’ 외에 더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잊혀진 듯해서 말이다.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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