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레이더]디지털방송 美방식 결함 논란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한국이 2001년부터 본격 실시할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표준방식은 미국의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방식. 정부가 유럽의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방식과 수 년간 저울질한 끝에 97년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ATSC 방식이 도심에서 깨끗한 화면을전송할수없으므로 바꿔야 한다는 미국‘싱클레어브로드캐스트그룹’의 조사결과를 크게 보도하자 국내 방송계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볼티모어에 본사를 두고 미국 전역에 59개 방송사를 갖고 있는 싱클레어 그룹은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ATSC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도심 난시청지역이 생기고 이동수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 특히 도시의 건물 밀집도가 미국보다 높고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에서는 난시청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미국이 표준방식을 바꿀 경우 한국의 디지털전환작업은 사실상 물거품이 돼 버린다. 미국 방식을 채택해 하드웨어를수출하려던것도수정해야 한다. 국내 TV3사의 디지털 전환비용만도 2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미국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국내 TV방식인 NTSC와 원리적으로 가깝고 △화질과 음질이 뛰어난 고품위TV를 방영할 수 있으며 △미국의 디지털TV 시장(2006년까지 2500억 달러)에 수상기를 수출할 수 있다는 산업연관효과 때문이다.

유럽 방식은 원리적으로 우수하나 고품위TV개발에 새 투자가 필요하다. 또 이 분야에선 일본과 유럽의 기술이 뛰어나 이를 채택할 경우 오히려 한국 시장이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정보통신부 방송위성과의 한 관계자는 “미국 방식의 단점은 채택 당시부터 논의됐으며 향후 기술의 발달로 보완할 수 있다”며 “현재 세계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논리보다 우리의 이익을 먼저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미국 방식의 결함에 대한 우려는 줄곧 제기돼 왔던 것으로 이제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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