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양도세 면제 ‘2년거주 요건’ 폐지 신중해야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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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투자자가 시세차익을 온전히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계산상으론 시세차익이 생겼는데 실제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차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부동산에 투자할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을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투기와 매우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다.

부동산 투기 근절을 주요 국정 목표로 삼은 노무현 정부는 이런 점에 착안해 양도세 부담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稅制)를 개편했다. 다(多)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율 50%를 적용하는 등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대신 6억 원 이하짜리 집에 사는 서민층 1가구 1주택자는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게 뼈대였다.

그러면서 2004년 1월부터는 6억 원 이하짜리 집 1채를 소유한 사람 중에서도 서울과 경기 과천시,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수도권 5대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3년 보유’하면서 ‘2년’을 실제로 살아야 양도세를 내지 않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똑같은 6억 원 이하 규모 1주택자인데 서울 등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2년 거주’ 요건을 추가한 것은 1주택자의 잠재적인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서울과 과천시, 신도시 등에는 집값이 많이 오르는 강남지역 등에 낡고 작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한 채 사두는 대신 본인은 전세금이 싼 강북이나 경기지역 등에서 넓은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시세차익을 챙기는 1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확대를 통한 양도세 인하 방침을 정한 후 대통합민주신당은 한술 더 떠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부 지역을 차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민원을 해소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년 거주’ 요건이 폐지되면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나 개발 기대감이 높아진 강북 재개발 예정지의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을 사놓고 본인은 다른 지역에서 전세를 사는 투기가 다시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별도의 규제로 특정 지역을 차별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다만 서울 강남과 신도시는 인화성이 강하고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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