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자체 賣官賣職, 새 정부 초기에 대수술해야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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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박성철 위원장은 어제 “지방자치단체에서 6급 공무원이 5급(사무관)으로 승진하는 데 대체로 행정직은 5000만 원, 기술직은 1억5000만 원을 단체장에게 준다”는 놀라운 말을 했다. 그의 발언은 공무원 사회의 내부 비리를 시정하려는 의도라기보다 “하위직 정년을 5급과 같게 해 줘야 승진 뇌물이 사라진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일부 지자체장이 매관매직(賣官賣職)을 선거자금 마련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한다. 지자체장들은 국회의원과 달리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없기 때문에 공천을 따 내고 선거를 치르는 데 든 비용을 뽑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승진 팔기’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심지어 기능직 자리까지도 파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전북 임실의 이모 전 군수는 직원 6명에게서 1억8000만 원을 받고 5급으로 승진시켜 준 혐의가 밝혀져 2003년 물러났다. 당시 승진 1순위던 노모 계장이 탈락에 충격을 받고 자살하는 바람에 밝혀진 비리다. 강모 전 군산시장, 윤모 전 공주시장, 엄모 전 울주군수, 김모 전 김포시장, 박모 전 해남군수 등이 재직 중 부하 직원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처벌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방 공직사회에는 인맥과 학맥이 크게 작용해 내부 감시가 소홀하고 의회 언론 등의 감시·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뇌물 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당사자 간 이해(利害)가 일치해 적발도 힘들다.

정세욱 공공자치연구원장은 “과거처럼 간부직인 사무관으로 승진할 때는 5배수 정도를 대상으로 시험을 보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제 도입과 함께 이런 승진제도가 뚜렷한 이유 없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인사 비리 양산(量産) 구조를 수술해야 한다. 지방공무원 채용 및 승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 초기의 주요 실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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