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코리아연방공화국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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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1948년 3월 백범 김구 선생은 이런 말을 남기고 평양행(行)을 결행한다. 김일성이 주재하는 ‘남북 제(諸)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해 통일정부 수립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서울로 돌아온 백범은 “평양 당국은 절대로 북한에 단독 정부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며, 남한에 전력을 계속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백범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그럴 만했다. 통일정부도 통일정부지만 당시 한반도 전력의 90%는 북쪽에 있었고, 인구의 3분의 2는 남쪽에 살고 있었다. 북쪽에 단독 정부가 수립돼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남쪽은 암흑천지가 되고 말 상황이었다. 오늘날의 북한처럼…. 그러나 백범 귀환 후 2주가 채 안 돼 북은 전기를 끊었다. 남쪽 주민들의 안도는 절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백범의 이상(理想)은 뜨거웠지만, 김일성에게 이용만 당한 셈이다.

▷그래도 백범은 순수하기는 했다. 지금 민주노동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리아연방공화국’ 소동은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다. 백범의 모습과 함께 “1948년, 나는 그해를 잊지 못할 거야. 내 몸의 반쪽을 잃던 그날… 내 이름은 한반도”로 시작되는 홍보 동영상의 감상적(感傷的) 분위기는 너무 치졸해 젖비린내마저 풍긴다. 권영길 후보는 이 대선 표어에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문제의 공약을 삭제하고 선거 포스터를 다시 찍었지만 아직도 당내에선 민족해방계열(NL)과 민중민주계열(PD) 세력이 이 문제를 놓고 ‘1980년대식 종파(宗派) 싸움’을 벌이고 있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의 코리아를 고려로 바꾸면 기본 구상은 김일성의 고려연방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고연방회의도 그렇고 ‘10대 지침’이라는 하위 구조도 비슷하다. 이런 시대착오적 운동권 정당에도 20억 원이 넘는 대선 보조금이 들어간다. 물론 국민 세금이다. 오죽하면 민노당 내 진보정치연구소장조차 “코리아연방공화국을 국가 비전으로 한다면 나는 정말이지 선거운동 못할 것 같다”고 하겠는가.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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