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음 정부 對北정책까지 못질하겠다는 盧정부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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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노무현 정부의 ‘대북(對北) 행보’가 갈수록 가관이다.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북한에 덜컥 49개 경협(經協)사업을 약속하더니 어제는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이란 걸 국회에 보고했다. 다음 정부는 군소리 말고 집권 5년 동안 현 정부가 약속하고 계획한 대북사업을 이행하라는 억지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이 정부의 대북 경협사업에 대한 북한 집권층의 허위선전을 알고서도 이렇게 무리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에 따르면 북한 관리들은 최근 주민들에게 강원 안변의 조선소 건설과 서해 남포의 선박공업기지 추진에 대해 “남한 조선업이 파멸 직전이어서 합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내용(對內用)이라지만 쓴웃음이 나온다. 우리 조선기업들이 매출에서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고 1위인 현대중공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5%나 되는데도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협과 지원을 늘리기만 하면 북이 개혁 개방으로 나오리라고 보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무턱대고 경협 규모를 키우고 속도를 내기보다는 북의 인식이 바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선의(善意)에 호응해 북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한다. 그러자면 장기적으로는 ‘경협도 일방적 시혜(施惠)가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제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북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언제까지 퍼 주기 지원만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이번 계획은 (차기 정부에서도) 국민적 국익의 관점에서 존중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지만 분수를 모르는 얘기다. 대북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다.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은 현 정부의 정책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외면하고 정권 말에 대북 사업을 쏟아 내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대못질이라도 하겠다는 심사일지는 몰라도 이럴수록 남북관계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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