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여성 공학자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코멘트
1학년: “공대 여자라고 뭐 다른 것은 없지.” 2학년: “노력하기 나름이잖아요.” 3학년: “전과(轉科)는 늦어 버린 건가?” 4학년: “여자 공대생을 우선 채용하는 회사부터 알아봐야겠군.” 공대 여학생의 고충에 관해 대학생 기자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공대 여학생은 20년 전 전체의 1%에서 10%로 부쩍 늘긴 했지만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1% 시대에 머물러 있다. 공부 실습에서부터 취업 직장생활까지 어려움이 첩첩산중이다.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윤송이(32) SK텔레콤 상무에게 전국구 1번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여성과 젊은이의 상징으로 ‘국회의원 윤송이’를 내세워 구태의연한 이미지를 바꾸려는 한나라당의 욕심이었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차가운 기계가 아닌 따뜻한 친구로 만들고 싶다”는 공학자에게 정치는 외도(外道)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여성 과학자를 분칠용으로만 쓰려 할 것이 아니라, 여성 과학자와 엔지니어 육성 방안에 관해 더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

▷7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공학, 기술 분야의 여성 진출은 다른 분야보다 더 부진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여성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눈썰미는 공학에 필수라고 한다.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는 주로 여성에게서 나온다. 그런데도 이 분야의 여성 활용이 세계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생각의 나무)에서 ‘국가대표급’ 여성 엔지니어들은 “공학이 남성용이라고? 그건 고정관념의 산물일 뿐”이라고 외친다.

▷미국토목학회의 첫 여성 회장을 지낸 퍼트리샤 갤러웨이(50) 씨는 한 인터뷰에서 1970년대 말 터널공사 현장감독을 맡았던 때를 회상했다. “여자는 터널에서 일할 수 없다”고 하는 시공업자 때문에 몹시 당황했는데 현장소장이 “그렇다면 시공업자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그를 거들어 준 덕분에 마찰이 해소됐다. 그는 자신감, 커뮤니케이션 능력, 헌신을 여성의 성공 요소로 꼽는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긋지 말라”고 주문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