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계종의 雨中 참회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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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조계종 원로들이 숙연한 자성(自省)의 말을 잇는 동안 산사(山寺)에는 세찬 가을비가 내려 가사를 적셨다. 1000여 명의 스님은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60년 전 한국 불교가 내부 쇄신을 결의해 불교 중흥의 계기가 됐던 ‘봉암사 결사’의 그 자리에 스님들이 다시 모였다. 19일 경북 문경시 봉암사에서 열린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법회’는 그들이 참회문에서 밝힌 대로 ‘지금의 위기와 고난이 졸음을 깨우는 죽비 소리’임을 깨닫고 사부대중(四部大衆) 앞에 고백하는 행사였다.

변양균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의 추문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불교계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불교계 원로인 법정 스님은 어제 조계종의 비리를 개탄하는 쓴소리를 했다. 불교계 내부에서조차 ‘불교계의 권력다툼이 세속과 전혀 다를 바 없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방식 또한 너무 세속적’이라고 비판한다. 교리와 동떨어진 공세적 위기 대응을 나무란 것이다. 안팎의 질책 속에서 조계종이 60년 전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내부 성찰과 참회의 길로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불교는 더러운 진흙 속에서 아름다움을 피워 내는 연꽃처럼 세상을 정화해야 할 종교다. 불교계에서 비록 일부라지만 사명을 잊고 속세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착잡하고 때로는 싸늘하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묵묵히 수행과 포교를 계속하는 많은 스님은 이 세상에 위로와 안식을 주는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불교가 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거기에서 수행을 위해 찾아오는 발길이 이어지는 성과를 내는 것도 그래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지럽히는 일은 주로 행정 부문에서 발생한다. 조계종은 급변하는 포교 환경에 맞는 행정인력(사판승)을 양성해야 할 현실적 숙제를 안고 있다. 불교계의 참회가 실천적 행동으로 옮겨질 때 제2의 ‘봉암사 결사’는 한국 불교 역사에 뜻 깊은 사건으로 오래 기록될 것이다. 자정(自淨)에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실천을 통한 신뢰 회복이 한국 불교의 앞날을 위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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