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명석]초중고, 영어로 수학-과학 수업 해볼 만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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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경제적 위기를 느낄 때마다 샌드위치 신세를 하소연한다. 하지만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우리와 같은 샌드위치 상황을 극복하고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들 나라는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왔다. 이들 나라 국민은 세계화 시대에 어느 곳에서, 누구와도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영어는 물론 몇 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훈련돼 있다.

모든 나라가 교육 개혁에 열을 올리는 목적은 하나다.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튀는 창의력과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언어능력이다. 우리도 일본과 중국을 뛰어넘어 작지만 통 큰 비즈니스(small country, big business) 전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어교육, 아니 언어개혁에 힘써야 한다.

연간 30조 원인 사교육비 중 영어교육비용이 15조 원이다. 피땀 흘려 수출로 번 외화의 상당 부분을 영어 공부에 쏟아 붓는 셈이다. 물론 언어교육은 해당 언어 사용국에서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기초언어 교육을 잘 받은 교사에게 조기교육을 맡기고 자연스러운 언어 사용 환경만 마련해 주면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영어는 독립 교과목으로서뿐 아니라 수학 과학 등 일부 다른 교과목 수업도 영어로 진행하는 몰입교육을 한다면 성과가 클 것이다.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먼저 한국인 교사가 우리말로 한 교과목을 가르치고 나면 반복해 원어민이 영어로 가르쳐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어 몰입교육의 초중고교 확대는 ‘국어말살정책’이라며 반대하는 측도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영어를 모르고 지구촌에서 어깨를 펴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살벌한 글로벌 경쟁에서 모국어 구사력만으로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영어는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이미 지구촌 65억 인구의 4분의 1이 영어를 자신의 언어로 사용한다. 인터넷문서 80%가 영어이며, 글로벌 비즈니스 90%가 영어로 수행된다. 이슬람 반미 지하단체인 지하드도 오죽하면 선전방송을 영어로 할까.

대북 정책이나 정치외교, 국방정책 못지않게 언어교육정책도 한국의 장래를 위해 긴요하다.

박명석 태평양아시아 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단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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