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불안 키우는 평양 국방장관회담

  • 입력 2007년 10월 14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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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남북 정상회담에 다녀온 직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낸 것이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말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불과 며칠 뒤 “NLL은 일방적으로 그은 작전금지선이기 때문에 영토선이라고 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11월 평양에서 열릴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인식이 이렇게 다르니 NLL의 운명이 과연 어찌 되는 것인지 국민은 불안하다.

대통령의 말은 NLL 남쪽 바다를 우리 영토라고 고집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북의 NLL 재설정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의도라면 더욱 큰일이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 개념”이라며 NLL이 휴전선 155마일의 연장인 군사분계선임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장관이 소신을 버려야 할 판이다. 장관이 소신을 버리면 결국 NLL 양보를 전제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노 대통령은 헌법상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이므로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 논리라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쪽의 누구와 만난 것도 남북 정상회담이 될 수는 없다. 헌법의 선언적 영토 조항과 달리 한반도엔 엄연히 체제가 다른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둘은 군사적 주적(主敵) 관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NLL은 분명한 경계선이고 영토선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마련할 때 남측 대표였던 이동복 전 국회의원은 해주항 민간 선박 직통행,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및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이 추진될 경우 북은 NLL을 무력화(無力化)할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군사문제는 신뢰 구축을 우선하고 맨 마지막에 NLL과 같은 불가침 영역 문제를 다루는 게 정상(正常)”이라며 국방장관회담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김 장관은 NLL에 관한 당초의 소신과 달리 대통령을 의식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기미도 있다. 김 장관이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NLL의 무력화를 거든다면 대한민국 국방장관으로서 씻을 수 없는 과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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