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로스쿨로 국제경쟁력 갖추겠나

  • 입력 2007년 9월 22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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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제 국무회의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대학원별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제한하는 로스쿨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로스쿨 개설 대학의 선정기준에는 ‘지역균형’을 새로 포함시켰다. 로스쿨을 도입하려는 목적은 국민의 다양한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개방화 시대에 법률서비스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원을 잘게 쪼개어 전국에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으로 국제경쟁력을 배양하는 로스쿨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하루 앞서 “로스쿨 설치 문제는 지역균형 발전을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지방대를 육성하고 지역발전에 필요한 법조 인력을 양성하는 로스쿨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등법원이 있는 도시에 로스쿨이 없다면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기준은 지역균형이 아니라 각 대학의 교육여건과 능력이다. 지역균형에 얽매이다 보면 정치논리에 휘둘리게 된다. 학교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어야 교육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세분된 전공에서 우수 교원을 확보할 수 있다.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똑같이 정원을 나눠 갖는 식이 되면 고만고만한 도토리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 국제화하면서 법률분쟁 및 법률서비스 수요는 전문화 다양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화된 각종 법률에 능통한 전문 인력이 정부와 기업 곳곳에 포진해 있어야 한다. 이미 일부 대학은 300∼400명의 정원을 두고 세분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 같은 특성화 교육을 후퇴시킬 이유가 없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입학정원은 540명, 일본 도쿄대는 300명인데 우리가 150명 정원의 로스쿨로 경쟁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놓고서도 변호사 단체와 대학 그리고 대학교수들 사이에 큰 견해차가 있다. 숫자 싸움에 매달리는 것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 없는 ‘무변촌(無辯村)’의 서민에서부터 글로벌기업에 이르기까지 법률서비스 수요를 먼저 고려한 뒤 선진국과 비교해 법조 인력의 공급 규모를 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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