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배부른 흑

  • 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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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2선으로 깔리긴 했지만 흑 73까지 상변 흑집이 어느 정도 생겼다.

박영훈 9단은 방금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포식한 사자처럼 배가 부르다. 그는 사방에 벌어 놓은 실리를 보며 흡족한 웃음을 짓는다.

이제 좌변만 적당히 삭감하면 승리는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그러나 늘 ‘적당히’가 문제의 시초다. 흑 75는 느긋한 마음에서 나온 느슨한 수. 이런 모양에서 흔히 ‘적당히’ 삭감할 때 애용하는 수이긴 하지만 지금은 과감하고 능동적인 좌변 삭감이 필요했다.

참고 1도가 알기 쉬우면서도 백집을 철저히 파괴하는 수법이다. 백이 80으로 넘어가자 흑과 백의 실리 차이가 확 줄어든다. 게다가 좌변 흑은 한 집도 없이 중앙에 떠도는 신세가 됐다.

흑 91로 허겁지겁 달아나는데 백 92가 옆구리를 쥐어박는 수. 덜컥 참고 2도 흑 1로 받다간 백 2, 4로 백이 흑을 관통해 버린다.

박 9단도 흑 93의 맥을 찾아냈지만 이 과정에서 백은 조금씩 실리를 챙기고 있다. 역시 흑은 미생. 형세는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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