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게임산업 “이제 고개를 들자”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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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원 들여 만들고 수출해서 1000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제품이 또 어디 있나요?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무작정 ‘게임=몹쓸 것’으로 여겨지니 속상합니다.” 국내 한 유명 게임업체의 최고경영자(CEO)는 사석에서 이런 하소연을 자주 한다고 하네요.

게임 만드는 것이 자동차나 영화 산업보다 더 효율적으로 나라살림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가도 한국 내에서는 ‘애들을 망치는 원흉’으로 게임을 보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 서운하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작년 여름 터졌던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가뜩이나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게임의 이미지에 철퇴를 날렸습니다.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한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는 그저 게임을 만든다는 이유로 ‘찍’ 소리도 못 하고 살았다”고 하더군요.

최근 게임업계는 이런 오프라인의 민심을 돌려놓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게임이 산업의 단계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대국민 인식 전환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넥슨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공부방에 수백 권씩 책을 기증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건강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도 시작한다고 하네요. 대학생들에게는 한국 일본 중국의 게임산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엔씨소프트도 2004년부터 매년 여름 100명이 넘는 남녀 대학생들을 뽑아 국토대장정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올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20여 개 사업에 총 15억여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전국 5개 지역에 게임 중독 상담센터를 만들고 학부모를 위한 게임 지도 지침서도 발간할 예정이라네요.

또 노인들에게 ‘카트라이더’ 같은 간단한 온라인게임을 가르쳐 줘 손자 손녀와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답니다.

정부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중요성을 홍보하며 메모리반도체, 조선업과 함께 게임을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꼽았습니다. 게임업계의 정성에 힘을 보탠 셈이죠.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한국 게임이 어두운 이미지를 걷어내고 튼실한 산업, 건강한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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