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국내 미니기업]<17>옵토팩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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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토팩은 디지털카메라 모듈의 핵심인 이미지센서 패키지를 세계에서 가장 얇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단지 안에 있는 옵토팩 연구실. 사진 제공 옵토팩
옵토팩은 디지털카메라 모듈의 핵심인 이미지센서 패키지를 세계에서 가장 얇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단지 안에 있는 옵토팩 연구실. 사진 제공 옵토팩
《2005년 8월 세계적 휴대전화 제조사인 일본 파나소닉의 구매담당 임원이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단지에 있는 ‘옵토팩’을 찾았다. 세상에서 제일 얇은 ‘이미지센서 패키지’를 만들었다는 소문을 듣고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구매담당 임원은 옵토팩이 만든 두께 0.8mm의 ‘이미지센서 패키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경쟁사 제품보다 두께를 무려 0.3mm나 줄였기 때문이다. 0.1mm를 줄이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마이크로 세계’에서 0.3mm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파나소닉은 그 자리에서 옵토팩과 장기 납품계약을 했다. 매출이 전혀 없던 신생 벤처기업 옵토팩이 일약 매출 100억 원대의 중소기업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김덕훈 옵토팩 대표는 “갈수록 더 얇고 더 가벼운 멀티미디어 기기를 만드는 게 정보기술(IT)업계의 추세”라면서 “세상에서 제일 얇은 카메라폰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자랑했다.》

○ 세계가 부러워하는 독보적 기술

카메라폰을 뜯어 보면 손톱 크기만 한 초소형 디지털카메라 모듈이 들어 있다. 다시 이 디지털카메라를 분해해 보면 렌즈와 모터, 이미지센서 칩 등 마이크로 단위의 수십 가지 부품이 기능별로 덩어리(패키지)를 이뤄 오밀조밀 붙어 있다.

모든 부품이 디지털카메라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지만 이 중에서도 이미지센서 칩은 렌즈로 찍은 영상을 받아 처리하는 곳으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옵토팩은 바로 이미지센서 칩을 유리기판에 부착해 하나의 제품으로 만드는 패키지 기술로 세계를 제패했다. 이미지센서 칩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패키지의 두께를 최대한 압축한 것이다.

옵토팩의 패키지 기술은 인쇄회로기판에 직접 이미지센서 칩을 올리는 기존 방식(COB)에 비해 생산 공정을 절반으로 줄였다. 8인치 범용실리콘 웨이퍼용 반도체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 번에 1000개 이상씩 대량생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카메라 모듈 회사가 옵토팩의 패키지를 사용하면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카메라의 모듈 크기와 높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비를 4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경쟁 제품인 이스라엘의 셸케이스 방식은 한 회사의 이미지센서 칩만을 패키지로 만드는 한계가 있지만 옵토팩은 마이크론, 매그나칩, 삼성 등 모든 이미지센서 칩을 패키지로 만들 수 있다.

카메라폰 제조업체 가운데는 특정 이미지센서 칩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 그만큼 다양한 주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대만에서 패키지 관련 핵심기술 53개의 특허를 이미 받았거나 출원 중”이라며 “경쟁사들이 우리 특허기술을 피해서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젊지만 강한 기업

옵토팩은 2003년 10월 설립된 신생 벤처기업이다. 2년 반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대량생산에 들어갔지만 이미 ‘IT업계의 스타’가 됐다.

2005년 8월 파나소닉과 납품계약을 한 뒤 1년여의 제품개발 공동연구를 거쳐 지난해 5월부터 350만 개의 이미지센서 패키지를 납품한 데 이어 작년 4월부터는 세계 1위의 PC 주변기기 전문업체인 로지텍에 PC카메라 모듈용으로 400만 개를 납품해 작년 한 해 동안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옵토팩은 다음 달 출시 예정인 모토로라의 신형 카메라폰에도 월 100만 개씩 이미지센서 패키지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처럼 납품 물량이 늘자 그동안 외주 생산해 오던 것을 다음 달부터 일부를 자체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창과학단지 안에 2000평 규모의 공장을 새로 짓고 생산 장비를 갖춰가고 있다.

이환철 옵토팩 생산본부장은 “현재 연간 이미지센서 패키지 생산능력이 3500만 개에서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09년에는 1억2000만 개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이처럼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은 초소형 이미지센서 패키지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기하급수로 늘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IT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휴대전화 총생산량은 모두 8억5000만 대로 이 가운데 57%인 4억8000만 대가 카메라폰이다. 하지만 2009년에는 전체 휴대전화의 77%인 7억6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보안기기, 폐쇄회로(CC)TV, 자동차 후방감지 카메라 등 이미지센서칩 모듈을 활용한 시장도 매년 20%씩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초박형 이미지센서 패키지를 활용한 시장은 연간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생산성이나 성능, 크기 면에서 옵토팩과 경쟁할 기업이 없어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만큼 점유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벤처투자자의 절묘한 투자도 한몫

벤처기업이던 옵토팩이 설립 4년여 만에 중소기업으로 크기까지는 벤처투자자와의 건전한 관계도 한몫했다.

법인 설립 당시 김 대표는 경쟁사의 복잡한 생산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개발할 자본이 부족했다.

그러나 옵토팩의 기술 잠재성을 확신한 LG벤처투자 스틱IT투자 JAFCO벤처투자 등 국내외 벤처투자가들이 80억 원을 지원했다.

옵토팩은 올해에도 신규 패키지공장을 짓기 위해 기존 벤처투자가 외에 산업은행에서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벤처투자가들은 단지 투자금 지원뿐 아니라 조기에 수요처를 발굴할 수 있도록 외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케팅도 지원해 줬다”면서 “벤처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이 같은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청원=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파나소닉의 상생 협력

옵토팩과 파나소닉의 1년여에 걸친 시제품 공동 연구개발 과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관계를 보여 주는 모범 사례다.

옵토팩은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파나소닉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는 시제품 개발을 위해 10단계가 넘는 지난한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파나소닉은 각종 기술 조언은 물론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게 김덕훈 옵토팩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강요는 물론 부당한 요구도 일절 없었다는 것.

김 대표는 “파나소닉은 세계적 대기업이지만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가 전혀 없었고 세세한 부분까지 우리의 처지를 이해해 줬다”면서 “벤처기업을 단순 도급업체가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 여긴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더 놀라운 점은 공동 연구개발을 거쳐 최종 제품이 생산되자 파나소닉은 6개월 이상의 구매 예측 물량을 미리 제시하고 이 계획에 맞춰 매월 ‘예측 가능한’ 구매를 했다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구매 예측 물량이 오락가락해 1개월 앞도 예측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월 100만 개를 납품하다가도 대기업의 사정으로 갑자기 생산이 중단되거나 반 토막 나는 일이 다반사다. 대기업의 이 같은 불확실한 구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양사의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굳은 신뢰가 큰 도움이 됐다”면서 “그 바탕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청원=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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