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남북정상회담, 지름길은 없다

  • 입력 2007년 6월 20일 19시 34분


코멘트
남한과 북한 사이에 아직 평화는 없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일상적 차원에서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 요즘도 남북이 평화롭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생생한 사례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지난주 북한 해군사령부가 발표한 문건은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다. 해군사령부는 “지금 조선 서해에서는 남조선군 호전광들의 군사적 도발로 하여 임의의 시각에 새로운 무장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일발의 사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12일 남한 군함 10여 척이 북한 영해를 침입했다고 적시했다.

北의 적개심-사실 왜곡 불안

18일자 노동신문은 한술 더 뜬다. 노동신문은 “있지도 않는 북으로부터의 위협을 떠들며 남조선 군부세력이 감행하고 있는 북침 무력 증강 책동은,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남침 위협이 아니라 북침 위협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며 “북과 남의 온 겨레는 남조선 친미 호전세력의 무력 증강과 전쟁 도발 책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반대해 과감한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적개심은 말로 그치지 않는다. 북한은 19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비롯해 한 달 새 3차례나 동해와 서해로 미사일을 쐈다. 북한의 말과 행동은 따로 놀지 않는다. 게다가 북한의 움직임에는 남한에 대한 적대감, 사실 왜곡, 불안 등이 혼재돼 있다. 쉽게 해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북한의 영해 침범 주장에 대해 우리 해군은 오히려 북한 경비정이 올해 들어 4차례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우리 해군의 손을 들어 주면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쪽은 북한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불안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남한은 이지스 구축함과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을 잇달아 진수했다. 북한이 무심할 리 없다. 대비를 하는 게 정상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군비 증강이라는 설명을 북한이 귀담아들을 리 없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통상적 훈련’으로 깔아뭉갠다. 북한군은 왜 훈련을 할까.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 아닌가. 그들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목표로 단거리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할까. 사거리 100km짜리 미사일의 가상 목표가 남한 아니고 어디겠는가.

남북 간 평화를 원한다면 이런 긴장관계를 풀어야 한다. 북한 핵 문제는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쌀과 비료 지원, 간헐적인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으로 해소될 일이 아니다. 북한이 ‘장기판의 졸’ 정도로 여길 통일부 장관이 북한 카운터파트에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연발하고, “납북자 중에 일부는 자진 월북자”라며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해 비위를 맞춰 본들 큰 물줄기를 바꿀 순 없다.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최선의 해결책은 남북정상회담이다. 국가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위기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지도자들의 만남이다. 최고 지도자들이 적개심을 내려놓고, 사실 왜곡을 바로잡고,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정상회담의 관건은 ‘빨리빨리’가 아니다. ‘임기가 두 달이 남았든, 석 달이 남았든’ (노무현 대통령) ‘8·15 이전에’(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시기에 매달리는 발언은 정상회담의 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다.

남북 정상이 만나면 자동으로 평화가 오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영예나 정파의 이익을 위한 정략적 회담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은 충분히 준비됐을 때, 성과를 낼 여건이 마련됐을 때 해야 한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시기에 연연하지 말고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방형남 편집국 부국장 hnb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