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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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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에서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제작 연대가 오래되고 희소가치가 있는 물품이 최고가의 명예를 얻는 내용이다. 상식이 통하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누가 보더라도 상식이 결여된 평가가 하나 있다. 참전 용사에 대한 국가 보훈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참전 용사들의 애끓는 요구와 수많은 국민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은 예산을 핑계로 6·25전쟁 이후 50여 년 동안 방치되고 있다.
이는 마치 참전 용사들이 너무 많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없어 제대로 된 대우를 못 해 주겠다는 것처럼 이해된다. 이는 어느 특정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 역대 정권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더 늦기 전에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에 참전했던 용사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참전 용사들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존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싸웠다. 어떤 용사는 전장에서 장렬하게 유명을 달리했고 어떤 이는 총포탄으로 입은 부상 때문에 아직도 병상에 누워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사망한 남편과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유족도 많다.
전쟁 중에 부상하거나 죽지 못하고 살아남은 것을 원망하며 마지못해 연명하고 있는 70, 80대 고령의 참전 용사도 적지 않다. 6·25전쟁 참전 용사로서 실질적인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 22만여 명에 이른다. 참전 유공자 수당 명목으로 나오는 돈은 월 7만 원에 불과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전쟁의 화마(火魔) 속에서 싸운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하다.
외국의 참전 용사 보상제도나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보훈 수혜에 비하면 이 같은 대우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전쟁터에서 최선을 다해 싸운 참전 용사를 희소가치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은 이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참전 용사들이 살아 있을 때 실질적인 보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불법 남침한 북한 정권에는 쌀과 비료를 제공하고 수조 원의 남북교류기금까지 안겨 주면서 참전 용사들에게는 왜 값진 희생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못해 주는 것인가. 특별하게 우대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참전 용사로서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보상만 해 달라는 얘기다.
실질적인 명예 수당을 지급하는 것과 함께 참전 용사들이 명예와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국민의식 교육에도 배려를 해야 한다. 호국보훈 정신의 토양이 있어야 국가가 위난에 처할 때 국민에게 국가를 위해 싸워 줄 것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다. 그 위상에 걸맞은, 국립현충원의 호국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보훈 정책의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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