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권의 反민주 행태가 더 끔찍하다

  • 입력 2007년 6월 4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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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언론인협회(IPI)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세계신문협회(WAN)도 어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막된 제60차 총회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항의 서한’을 채택했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국정브리핑 같은 정권 홍보 매체를 동원해 무차별적 언론 비방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도 언론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발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 대통령은 “기자실이 있는 일본의 언론자유가 세계 53위이고, 미국이 51위, 참여정부의 언론자유가 세계 31위라는 사실은 왜 언론이 보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집계한 이 순위는 지난해 10월 발표 때 국내의 거의 모든 언론이 보도했다. 사실 관계부터가 맞지 않는 문제 제기다. 대통령은 다른 국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2007년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를 66위로 평가해 미국(16위) 일본(39위)보다 훨씬 낮게 매긴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언론사들이 왜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여론조사는 안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동아일보 SBS 등 여러 언론사들이 이미 조사를 해 크게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 대통령은 “기자실은 편견과 유착의 근원이고 기사를 획일화하는 백해무익한 제도”라면서 정치권이 기자실 통폐합 반대 언론에 동조하는 것은 “영합이고 굴복”이라고 했다. 기자실에서 벌어지는 피 말리는 취재 경쟁을 조금이라도 아는 공직자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노 대통령이 과거 해양수산부 장관이었을 때 그곳 기자실도 ‘편견과 유착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노 대통령은 친여(親與) 언론까지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것을 겨냥한 듯 “그렇게 하면 모든 기자들이 함께 욕먹는다”고 힐난했다. ‘오죽하면 친여 매체들까지 반대할까’라고 한 번쯤 생각했어야 정상일 텐데도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식이다. 취재 현실과 동떨어진 억지 논리로 취재 봉쇄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국민이 언론의 감시 기능을 위해 마련해 준 기자실을 ‘악의 근원’으로 보는 지도자가 민주국가에서 노 대통령 말고 또 있는지 의문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지만 이런 반(反)민주적 대통령이 언론정책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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