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실체에 대해 국민을 誤導한 리영희 씨의 자화자찬

  • 입력 2007년 5월 18일 2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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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는 그제 남북 간 시험운행 열차를 타고 개성에 간 이른바 진보논객 리영희 씨에게 의미심장한 칭송을 했다. 권 씨는 “1994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무렵 상황이 복잡할 때 리 선생이 민족적 선의에서 글을 쓴 것을 인상 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씨의 발언은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가 한때 북한 원자로 폭격까지 검토했던 1차 북핵 위기 전후에 나온 리 씨의 글을 뭉뚱그려 지칭한 것이다.

“후배와 제자들이 남한 쥐고 흔들고 있다”

리 씨는 여러 글에서 ‘북은 미국의 핵 공격 위협 속에서 자위 수단으로 핵을 보유하려 한다’고 일관되게 북을 옹호했다. 그는 ‘미국-북한 핵문제의 PTSD적 특성’(1992년)이라는 글에서 ‘북이 핵을 포기한다고 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수정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단 국제사찰에 개방되면 그것을 재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빨 빠진 작은 새끼 호랑이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어떻게든 핵을 포기하지 말라는 훈수가 아니고 뭔가.

그제 리 씨는 북측 권 씨의 칭찬에 고무됐던지 “(내가) 20∼30년 길러 낸 후배와 제자들이 남측 사회를 쥐고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말은 1970년대와 80년대 그의 책을 읽고 의식화된 사람들이 노무현 정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오고 있음을 자랑한 것으로 들린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정통성,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거나 폄훼하는 좌파정권의 집단의식은 리 씨의 역사관 통일관 체제관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리 씨는 북한에 대해 ‘새나라 혁명과 열기가 충천하고, 호의호식하며 권세를 누렸던 자들이 깡그리 청소된 사회’라고 미화했다. 그는 또 북한 주민의 실상에 대해 ‘강냉이 죽만 먹고’ ‘영양실조로 앙상하게 뼈만 남은’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남쪽 권력이 국민에게 주입한 고정관념이라고 주장했다. 김일성에 이은 김정일 세습전제(專制)집단이 2300만 주민 위에 군림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갖가지 호화 사치품을 사들여 호의호식하면서 수많은 주민을 아사(餓死)시킨 사실에 대해 리 씨는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이런 리 씨가 민족을 걱정한다고 강변한다면 굶어죽고 정치범 수용소에서 강제노역과 고문에 숨진 북녘 영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광복 후의 북한 김일성 정권이 한반도의 분단을 획책한 소련 점령군의 지시와 조종에 의해 등장했음이 구소련 등의 자료에 의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는데도 리 씨는 이런 점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의 남침에 의한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이룩한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취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한다.

그는 남북 간 체제 경쟁에서 북이 우세할 때는 열렬히 통일을 지지하다가 소련과 동유럽이 붕괴하고 남한의 우세가 확고해진 1990년대부터는 ‘현 상태대로 통일이 오면 불행한 사태가 온다. 서서히 순리적으로 민족 내부의 힘으로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여유를 주어 내부의 민생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표변했다(1993년 새누리신문 인터뷰). 그는 심지어 “남한은 통일할 자격이 없다”는 말도 했다.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통일이 싫다는 것이 아닌가.

‘속속 드러난 오류’에도 반성 기미 없어

리 씨는 중국 마오쩌둥이 권력 투쟁의 수단으로 펼쳤던 문화대혁명을 극찬했다. 그러나 폭력과 광기(狂氣)의 문화대혁명으로 수백만 명이 희생된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에는 자료가 부족했다’고 몇 마디 군색한 변명만 했을 뿐이다.

리 씨는 남북한 사회를 잘못 평가하고 수많은 젊은이를 오도(誤導)해 국가 정체성을 흔든 데 대해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후배와 제자들이 남측 사회를 쥐고 흔들고 있다”며 우쭐대고 있는 것이다. 리 씨가 저지른 오류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따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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