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철밥통’만은 유독 감싸는 대통령

  • 입력 2007년 3월 23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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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시작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능·태만 공무원 퇴출 운동’이 국민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63.8%로 반대(16.3%)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복지부동(伏地不動)’과 ‘무사안일’에 젖은 일부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이 운동은 대학과 일부 공공기관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공무원들을 내내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게 좋은 정부는 아니다”면서 “공무원 구조조정을 능사로 삼지 않는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인사개혁을 독려해도 모자랄 대통령이 거꾸로 지자체의 자발적 노력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셈이다. 취임 이후 4년간 공무원 4만8000명을 늘려 예비비까지 인건비에 충당하고, 정부산하기관장 공모제(公募制)는 공모제(共謀制)로 만든 정부의 수반답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공무원사회도 민간부문처럼 치열한 경쟁을 거친 사람만이 살아남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엄격한 평가를 통해 무능한 공무원을 골라내고,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국민은 세금 낸 만큼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정부 들어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방만한 운영, 도덕적 해이는 더 심해졌지만 퇴출은 여전히 어렵다. 예를 하나 보자. 한국은행은 최근 인사개혁에 동참하겠다며 “근무성적이 5년 연속 하위 5%에 포함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시늉에 불과하다. 그 대상이 될 확률이 320만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공공부문의 자발적인 인사개혁은 이처럼 어렵다. ‘신(神)이 내린 직장’이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선진국들처럼 앞장서서 ‘작은 정부’를 외치며 공공부문 감시에 앞장서도 시원찮을 판에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발언이나 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거기에다 고위 관료들은 부동산이든 교육이든 주요 정책이 나올 때마다 소신도 없이 앵무새처럼 대통령의 말을 따라하는 ‘충성 발언’만 늘어놓고 있는 판이다. 결국 세금 내는 국민만 더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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