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인정]퇴로 막고 세금 폭탄 터뜨리는가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코멘트
요즘 국민은 불안하다. 종합부동산세라는 괴물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 그래서 국민은 세금을 낸다. 그런데 왜 국민은 종부세에 불만인가?

첫째, 종부세는 양도소득세 강화와 함께 집값 안정을 위해서 책정됐다. 일정 가격 이상의 주택 소유를 투기 행위로 간주하고 높은 보유세를 매겨 세금 부담 때문에 집을 팔게 하려는 취지다. 그러면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집을 여러 채 가진 경우엔 시장원리로 보아 당연하지만, 집을 한 채만 가진 경우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양도소득세가 가로막는 것이다.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국민은 참으로 난감하다. 재산을 많이 축적했다고 보유세는 배로 늘리고서 양도소득세로 퇴로를 막는다면 결국 입으로 토할 수밖에 없다. 답답한 정부다.

둘째, 살고 있는 집에서는 소득이 생기지 않는다. 소득이 없는 사람은 과중한 종부세를 물기 위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집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을 잘못 펴서 시장이 반란을 일으킬 경우에 시장을 탓하면서 공시가격을 높인다면 언제 또 집값이 6억 원을 넘어설지 모르는 것이다. 대체 6억 원은 어디서 나온 기준인가?

셋째, 싱가포르에선 놀리고 있는 사유지를 국유화하여 공공 목적으로 쓰기 위해 보유세를 부과한다. 높은 세금이 무서워 사고자 하는 사람도 없을 터이니 결국은 정부가 사야 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정부가 집을 사서 공무원 사택으로 쓸 것인가? 그런 의도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넷째, 양도소득세는 형평의 문제를 갖는다. 소득이 없는 노인이 높은 보유세에도 불구하고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게 되면 결국 집만 줄일 뿐 손에 쥐는 돈은 없게 된다. 그동안 집을 팔아 양도차액을 그때그때 챙긴 단기 보유자에 비해 생업에 바빠서 장기간 보유한 사람이 더 큰 부담을 지는 제도는 불공평하다. 양도소득세는 결과적으로 공급 물량의 감소를 가져오고, 사려는 사람에게 세금을 전가하려는 경향 때문에 오히려 주택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정부가 징벌적 ‘세금폭탄’으로 가진 자를 폭격해 재분배를 시도한 것이라면 번지를 잘못 짚었다. 재분배 정책의 수단으로는 소득세를 활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것도 근로의욕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 위에서 실시해야 한다. 실제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재산을 재분배 대상으로 삼는 정책을 조세정의라 할 수 있나?

종부세는 장기적으로 재산의 점진적 무상 몰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일하려는 젊은 층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 과중한 양도세는 결과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

아파트 값의 폭등은 분명 시장 실패의 결과다. 그렇다고 정부가 세금폭탄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면 위험하다. 암세포는 집값처럼 정상 세포보다 빨리 성장한다. 그렇다고 암을 완전히 제거할 정도의 항암치료는 하지 않는다. 지나치면 환자가 죽기 때문이다. 암세포를 ‘친구처럼’ 살살 다스리면서 자생적 치유력을 높여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세정책도 시장 친화적 방향이 필요하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는 폐지하거나 재조정해야 한다.

황인정 명지대 초빙교수·정치경제학 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