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여성총리 실험, 실망만 안겼다

  • 입력 2007년 2월 23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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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총리가 그제 사의를 표명하고 열린우리당 복귀를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당 출신 총리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당이 어려울 때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그를 대통령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있다.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로 취임한 그에게 본란은 ‘초당적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당적 포기가 바람직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켰던 전임 이해찬 총리를 반면교사로 삼아 소통과 화합의 모성(母性)정치를 보여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를 무너뜨리고 코드 맞추기 식 국정운영으로 일관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시위대와 경찰, 정부 당국이 한 걸음씩 물러나 냉정을 되찾자”고 호소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어느 나라 총리가 법을 우습게 아는 불법 극좌 반미단체를 공권력과 동렬에 놓는단 말인가.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한다” “한미공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고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흔드는 청와대의 독선과 무리한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미국의 대북 제재와 금융 압박’이 북한 핵실험의 한 원인이라고까지 했다. 북의 주장을 옮겨 놓은 듯한 발언이었다.

총리는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도 한 총리는 취임 한 달 만에 “선거 후 개헌 논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개헌 띄우기에 앞장섰다. 지난달 노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밝히자 범정부 차원의 지원기구를 구성해 ‘돌격대’를 자임하고 나서기도 했다. 수도권 규제 문제 하나 해결 못하면서도 전남도청까지 가서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여는 정치적 기민성을 보여 주었다.

사심 없는 초당적 총리가 될 것을 기대했던 국민은 ‘정치 총리’에게 실망했다. 첫 여성총리라는 타이틀은 이제 대선 발판으로 이용될 판이다. 성공하지 못한 총리를 대선 주자로 거론하는 여권의 모습에서 절박함과 오만함이 드러난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저럴까 싶다. 한 총리로 인해 여성운동마저 권력과 코드에 눈먼 얼치기 진보진영의 추락 대열에 낄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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