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려대 ‘세계적 경쟁력 키우기’에 힘 모아야

  • 입력 2007년 2월 16일 0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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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자신의 거취에 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을 듣고 총장직을 스스로 사퇴했다. 이 총장이 취임 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진 혼란을 수습하고 학교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용퇴를 결심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고려대 구성원들은 그의 결단을 존중하면서 교수사회의 분열과 이에 따른 상처를 조속히 치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사태의 발단이 된 논문 표절 시비는 총장 후보 검증 과정에서 제기돼 그때 가부간 매듭을 지었어야 옳았다. 전체 교수와 총장추천위원회의 투표 그리고 재단의 임명 절차를 거쳐 이 총장이 취임한 뒤에야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은 떳떳하지 못했다. 진상조사위가 결과에 책임지지도 못할 조사 내용이 외부에 유출된 것 역시 문제가 있었다.

우리 학문세계는 한동안 표절에 대한 기준과 판단이 모호해 표절로부터 자유로운 교수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학사회는 이번 사태를 표절의 합리적 준거에 관한 합의를 찾아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총장 후보에 대해 전체 교수의 ‘1차 네거티브 투표’를 거치는 고려대의 독특한 총장 선출방식도 불합리성을 드러냈다. 교수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유력 후보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제도다. 포지티브든 네거티브든 교수들이 직접투표로 총장 선출에 관여하는 방식은 그동안 여러 대학에서 숱한 폐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기회에 고려대는 세계 일류 대학들의 모델을 참고해 최고 지성인사회에 걸맞은 합리적인 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올해 개교 102주년을 맞는 고려대는 최근 수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의 대학평가에서 세계 150위 대학에 선정됐다. 이러한 상승세를 가속시켜야 할 시점에 총장을 둘러싼 교수 간 내분이 생겼던 것은 경위야 어떻든 안타까운 일이다. 고려대는 전체 구성원이 합심해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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