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절박한 국민, 무심한 정부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코멘트
《공장증설을 위한 이천시민들의 투쟁, 어떤 이들은 ‘지역이기주의’라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들은 ‘생존’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정부는 작년 외국인 투자액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랑합니다. 2년 연속 줄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왠지 씁쓸합니다.》

경기 이천 시민과 공무원 등 4000여 명은 26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정부가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을 불허한 데 항의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기자는 일요일인 21일 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을 찾았습니다. 휴일이었지만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천시청의 산업환경국 공무원들도 출근해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생존’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을 요구하는 ‘이천 범시민대책위원회’ 최병재 사무국장은 “2000년대 초 하이닉스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이천 시내의 좋은 상권에도 빈 점포가 많이 생겼다”며 “지역 경제가 바닥이라 모두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라고 하죠. ‘제발 우리 집 앞마당에 지어 달라’는 의미로 지역 공동체에 이득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나서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유치를 놓고 경북 경주시에서 경주 도심 주민들과 동경주 시민들이 서로 나서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국민의 경제의식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하기도 하고 ‘지역 이기주의’라고 폄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천이나 경주 시민들이 나서는 모습에서는 무엇보다 삶을 위한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그럼 정부는 어떨까요.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액이 112억3000만 달러(약 10조6685억 원)로 목표치(11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이달 초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이 투자액은 2년 연속 줄어든 것입니다.

외자 유치뿐만 아닙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수도권 규제 등 기업을 옥죄는 각종 제약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국내 단기 부동자금이 500조 원을 넘어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민은 기업투자 유치를 절박하게 여기는데 정부는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나라. 2007년 한국이 직면한 이 모습이 왠지 씁쓸하게만 느껴집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