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들 내치고 또 인력·예산 타령하는 외교부

  • 입력 2007년 1월 8일 2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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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우리 영사관 직원들이 탈북자들의 간절한 도움 요청 전화를 무성의하게 받아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외교통상부가 새 영사업무지침 마련에 착수했다고 한다. 재외국민의 기준과 범위를 명시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해외 공관들이 평소 재외국민을 대해 온 태도로 미루어 이 정도로 충분할까 싶다.

31년 만에 북한을 탈출한 납북 어부 최욱일 씨가 가장 최근의 사례다. 최 씨는 선양(瀋陽)영사관에 전화를 걸었지만 직원들은 “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지기부터 하더니 끝내 내치고 말았다고 한다. 탈북 국군포로 장무환 씨도 베이징 한국대사관에 “도와줄 수 없느냐”는 전화를 걸었다가 여직원에게서 “없어요”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고, 납북 어부 이재근 씨는 “세금 낸 적 있느냐. 국가에 부담 주지 마라”라는 말에 가슴을 쳐야 했다.

외교부는 “300여 명의 영사 인력으로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해외여행자와 670만 명에 달하는 재외동포를 어떻게 다 챙기느냐”고 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항변이다. 재외동포가 670만 명이라고 해도 이들이 모두 영사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결국 마음가짐이 문제다. 재외국민 어느 한 사람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애민(愛民) 정신’으로 외교부와 전 해외공관이 무장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외교부는 예산과 인력 부족 탓을 하지만 2004년 이라크 김선일 씨 피살 사건을 계기로 영사 담당 대사(1급) 자리가 신설됐고, 영사 인력도 크게 늘었다.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인력과 예산이 많아서 자국민(自國民) 보호를 제대로 하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새 영사업무 지침을 만들겠다는 저의가 혹여 국민적 공분을 틈타 슬그머니 예산과 자리를 늘리려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해외공관원 모두가 재외국민을 내 부모, 형제처럼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재외국민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쏟는 정부의 노력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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