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버티는 흑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3시 00분


초반 좌하변에서 대마가 몰리면서 흑은 줄곧 버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마치 모래판 밖으로 밀려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스모 선수처럼. 71의 곳을 잇지 않고 밀어간 흑 ○가 그러하다. 백 70, 72의 빵따냄으로 상변이 쑥대밭이 될 것을 알면서도 흑 73으로 중앙 백진을 지워야 하는 상황이 형세를 말해 주고 있다.

백 86으로 다시 흑대마를 괴롭힌다. 고분고분 ‘가’에 이어주기는 싫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이상훈 9단은 12분이나 숙고하더니 흑 87로 되치기를 시도하고 나섰다. 이에 백 88의 머리붙임은 경쾌한 수. 당장 흑 ‘나’에 잇는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시 7분을 뜸들인 흑 89, 이 기묘한 붙임수에 비로소 87의 속뜻이 드러난다. 그저 들여다본 수가 아니었다.

백 92에 원성진 7단은 이 판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시간(16분)을 소비했다. 참고도 백 1, 3을 곧장 결행하고 7로 잡으려 들면? 이때는 흑에게도 16에 잇는 비장의 카드가 숨어 있다. 백은 이렇게 복잡한 싸움을 벌이느니 92가 깨끗하고 두텁다고 본 듯하다. 이어가라는 얘기다. 흑도 내친걸음이다. 흑 93, 95로 승부수를 던졌고 사생결단의 싸움이 불가피해졌다. 85…78의 곳.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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