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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2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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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법조 삼륜(三輪) 관계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특히 검찰의 독립적 수사 기능을 경시하는 ‘이용훈 사법부’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서는 삼륜 가운데 어느 한쪽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법원이 이런 법조계의 상식을 하루아침에 깨면서 ‘국민’을 업고 검찰과 변호사 위에 절대 강자(强者)로 군림하려다 저항을 받은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삼륜의 기능에 대해 법원은 정(正), 검찰은 의(義), 변호사는 이(利)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법원은 바른 판단, 검찰은 정의감, 변호사는 고객의 이익 보호가 기본 사명이라는 얘기다. 이 대법원장은 이런 삼륜의 균형적 역할을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잇달아 함으로써 검찰과 변호사단체의 반발을 샀다. 공판중심주의를 지나치게 내세운 나머지 “검사의 수사기록은 던져 버려라”는 과격한 표현으로 검찰의 정의감에 상처를 줬다. 변호사를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비하해 자존심을 멍들게 했다.
이번 법(法)-검(檢) 갈등 역시 불구속 수사 원칙의 전도사인 이 대법원장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 대검 중수부는 수개월간 밤잠을 설친 수사 끝에 진실 규명을 위해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무리한 수사로 볼 만한 뚜렷한 정황은 없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수사하려거든 불구속 상태에서 하라는 주문을 했다.
영장 기각이 능사는 아니다. 구속-불구속 수사 여부는 수사 실무에 더 밝은 검찰의 의견을 가급적 존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영장심사는 형사처벌을 위한 최종적 판단이 아니다. 재판에 넘겨진 후 본안(本案)에 대한 판단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구속 여부는 수사 절차상의 문제로 국한해 보는 게 옳다. 기소 단계에서 불구속 기소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수사 방해”라는 검찰의 볼멘소리가 일면 타당하게 들리는 이유다.
사법부가 좀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영장기각률 따위의 수치에 얽매이면 경직될 뿐이다. 더욱이 영장심사권으로 검찰을 제압하거나 길들이려 한다면 바보짓이다. 변호사들도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休火山)이다. ‘라이어 라이어(liar liar)’라는 영화에서는 변호사(lawyer)의 어린 아들이 아빠 직업을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발음이 비슷한 “liar”라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냈지만 이 대법원장의 말은 분노를 샀을 뿐이다.
공판중심주의, 불구속 수사 원칙도 좋고 “사법부의 오너(owner)는 국민”이라는 이 대법원장의 문제의식도 탁월하다. 그러나 법조 삼륜이 삐꺼덕거리면 손해는 국민이 본다. 다른 이륜(二輪)을 존중해야 사법부의 권위도 올라간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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