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우리당 ‘정치실험’ 3년에 국민은 눈물 흘렸다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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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우리의 창당은 정치사에 크게 기록될 만한 의미 있는 정치실험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그 실험을 마감하며 ‘지켜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가려 다시 한번 시작하겠다면서 ‘정치 안정화와 정치비용 절감을 위한’ 최소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실험’에 들러리를 선 꼴이 되고 만 국민의 분노를 알고도 천연덕스럽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2003년 11월 11일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족적이 김 원내대표에게는 의미 있는 정치실험이었을지 몰라도 ‘100년 정당’ 운운했던 게 결국 대(對)국민 정치사기극이 아니고 무언가. ‘국민통합과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정착에 앞장서겠다’는 창당선언문을 다시 보면서 국민이 ‘의미 있는’ 눈물을 쏟아야 할 판이다.

열린우리당은 ‘지역과 세대, 계층과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더니 내 편과 네 편도 모자라 국민을 2% 대 98%, 강남 대 비(非)강남, 서울대 대 비(非)서울대 등으로 끊임없이 갈라놓았다. ‘정치개혁’을 위해 도입했다는 기간당원제와 상향식 공천제는 노사모와 386세력이 공당(公黨)을 좌지우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자주와 포용정책에 매달려 북한 정권엔 핵개발을 마무리할 시간을 줬고, 한미동맹은 금가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창당 축하 메시지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특히 강조한 것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한다. 그 명분으로 민주당을 깨고 나오더니, 이제 다시 ‘지역풍(地域風)’으로 정치를 재개하려는 듯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우루루 달려가고 있으니 낯이 간지럽지도 않은가.

개헌론 제기도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헌법학자인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최소한의(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이라 해도 일단 논의가 촉발되면 이른바 ‘개혁파’라는 야당 일부와 대선후보군(群)은 솔깃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안정화’라는 명분 아래 개헌을 공론화해 야권 분열을 부추긴 뒤 범좌파 재집권을 꾀하겠다는 계산 아닌가.

반성한다면서 또 국민을 속일 생각일랑 버려야 한다. ‘정치실험’에 빠져 나라를 흔들고 민생을 멍들게 한 집권여당은 개헌론을 제기할 자격도, ‘새 아침’을 열 능력도 없다. 국민은 만 3년에서 사흘 빠지는 오늘까지 흘린 눈물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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