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무]발등의 불만 끄는 주택정책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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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시장이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를 곡해하고 잘못 다루는 사람에게는 여지없이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참여정부 시작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이 끊임없이 도입됐다. 불행히도 부동산 시장은 정책 발표 이후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급등세를 반복하는 현상을 보여 주었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대안의 마지노선까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집값 안정을 장담하던 올 하반기에 다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번 아파트 가격 상승 추세는 여러 가지 면에서 걱정되는 점이 많다.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던 소형 아파트 가격이 다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전세금도 함께 오르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버블 세븐이라고 지목받던 지역 외의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더 강세다. 다른 양상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다.

예측 가능한 해석은 이렇다. 3년여 동안 수요를 억제하는 정부대책은 원했든 원치 않았든 효과가 있었다. 2002년 이전의 경우 한 달 10만 채가 넘던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정부의 계속된 수요억제책의 결과로 5만 채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주거 이동의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매매 수요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연기되어 누적됐을 뿐이다.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책을 믿으며 ‘좀 있으면 내릴 거야. 그때까지 참자’하다가 ‘이젠 참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더는 정부의 가격 안정에 대한 허풍도 믿을 수가 없게 됐다. 이젠 사야지’ 하는 생각이 최근 아파트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건설교통부 장관의 신도시 추가 건설계획 발표도 큰 힘이 못 됐다. 불안해진 정부는 3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신도시의 개발 밀도를 높이고 도시지역의 다세대·다가구주택 및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분양가를 인하하기 위해 정부가 교통시설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이다. 정말 다급해 보이는 대책이다.

요즘 시장을 보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1990년대 후반에 주택시장 안정기가 끝나갈 무렵 수요 증가에 대비해서 공급 확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더라면….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일 때 강남의 재건축 확대를 유도해 수요가 밀집된 곳에 신축 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는 길을 빨리 열었더라면….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된 공급 확대 노력이 지속됐다면….

주택 공급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 공급에 관한 한 미리 준비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택 수요의 증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단순히 투기적인 행태의 결과로 해석하고 공급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가 현 시장 상황이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며칠 전 나온 정부의 대책을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람직한 도시 주거 형태라고는 볼 수 없는 고밀화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더욱 고밀화하고, 용도에 대해 적지 않은 견해차가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규제 완화를 주택 공급 확대 대안으로 삼아야 하는가. 또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점점 증가하는 상황에서 힘든 선택과정을 거쳐 만든 2기 신도시의 환경 친화적인 주거환경을 주택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단기적인 효과가 시급한 현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이는 시장을 곡해하고 잘못 다룬 사람들이 초래한 사회적 대가이다. 좀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주택시장의 안정을 달성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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