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태훈]사망자까지 모아놓은 ‘인재DB’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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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한 지 10년이 넘은 A 씨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B 씨는 지금도 ‘국가 인재’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정부의 각종 위원회 위원과 개방형 직위 등에 위촉하거나 채용하기 위해 관리하는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에 여전히 등록돼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가인재 DB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7만1000명을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참여정부 들어 꾸준히 늘어 7월 말 현재 11만5442명이 등록됐다.

그러나 국가인재 DB에는 정년퇴직을 했거나 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져 퇴직한 뒤 5∼10년이 지난 인물도 적지 않다. 등록된 11만여 명 중 1만3504명이 70대 이상이다.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도 버젓이 기재돼 있다.

이는 31일 국회에서 열릴 중앙인사위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정두언(한나라당) 의원이 밝힐 ‘2000∼2006 국가인재 DB 현황’ 자료의 일부분이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언론의 부고 자료 등을 통해 국가인재 DB에서 사망자를 삭제하기는 하지만 인재 DB 관리 인원이 10명에 불과해 어려움이 많다”고 해명했다.

인재 DB의 부실 운영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인재 DB를 통한 채용 비율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중앙인사위는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정부위원회와 개방직 등에 3848명을 추천했지만 채용자는 366명에 그쳐 채용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중앙인사위는 국무조정실에 정책평가위원회 위원 후보 193명,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전문위원 후보 120명을 각각 추천했지만 1명도 채용되지 않았다.

“각 직위에 맞는 후보를 추천할 뿐이지 채용하고 말고는 해당 부처의 결정 사항”이라는 것이 중앙인사위의 설명이다.

세계무대로 도약하려는 기업들이 최근 무엇보다 강조하는 자산이 ‘인재’다. 정부 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인재경영’ 주무를 맡고 있는 곳이 중앙인사위이고, 그 기초 자료가 국가인재 DB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황 파악이 쉽지 않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인재를 찾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람을 후보로 추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백 명의 후보를 올려도 1명도 채용되지 않는 수준의 인재 DB라면 과연 인재를 걸러 내는 DB로서 의미가 있는 것일까.

황태훈 사회부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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