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주성]예방접종 늘리려 공포감 주나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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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예방접종은 개인의 생명뿐 아니라 사회집단의 안녕을 위해 필수적이다.

콜레라처럼 전파력이 빠르고 위험도가 높은 전염병은 강제접종을 하지만 인플루엔자처럼 전파력은 빠르지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전염병은 선택적으로 접종하면 된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인플루엔자의 유행으로 약 4000만 명이 사망한 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플루엔자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 변이가 쉽게 일어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체에 침입하므로 기존의 면역항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1년간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새로운 백신을 생산하도록 각국에 정보를 제공한다.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플루엔자는 5세 미만의 어린이와 65세 이상의 고령자 및 특수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위험하다.

2004년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해 사망자가 생겼을 때의 일이다. AI가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전자 재조합을 하면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생겨 엄청난 희생이 예상된다고 국내 방역당국이 강조하자 너도나도 백신을 맞는 소동이 일어났다.

올해도 방역당국은 인플루엔자라는 법적 의학적 병명 대신 독감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는 ‘독감예방에는 독감 예방접종이 최선’이라고 설명한다. 질병관리본부의 팀장은 방송에 출연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독감이라고 말했다.

독감은 감기증세가 위중하다는 뜻이다. 인플루엔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방역당국은 국민에게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줘서는 안 된다. 예방접종 비용이 전년에 비해 두 배 올랐다는데 올해 1000만 명이 접종한다니 국민은 또 한번 봉이 되는 셈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제도화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그냥 넘기기 힘들어 글을 쓰게 됐다.

김주성 전 세계보건기구 한국실험실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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