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낯 뜨거운 국방부의 SCM 자화자찬

  • 동아일보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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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미국 워싱턴의 셰러턴 내셔널 호텔 내 기자회견장.
권안도 정책홍보본부장을 비롯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성과를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 구체적으로 명시됐고,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시기도 사실상 우리 안(2012년)이 수용됐다”고 자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강력한 입장을 고수한 결과”라며 ‘개선장군’이 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SCM의 실제 과정은 기자의 눈에 띈 것만으로도 결코 그리 자랑할 상황은 아니었다. 한미동맹의 ‘엇박자’가 곳곳에서 드러난 것이다.
SCM 개막 이틀 전인 19일 양국 합참의장이 참석하는 군사위원회(MCM) 직후 한국 측은 “한미 양국이 핵우산 공약의 구체적 보장을 위한 전략지침을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내렸다”고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를 공식 부인하자, 뒤늦게 우리 합참 관계자가 “설명이 부족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물러서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SCM의 하이라이트인 21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방장관들 간에도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제공과 관련해 이번 SCM공동성명에 ‘확장된 억지력’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두고 한국 측이 ‘대단한 성과’라며 의미를 부여한 게 미 측의 우세를 산 것. 윤광웅 국방장관이 공동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을 보면 핵우산 부분이 예년과 다를 것”이라고 하자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은 “정말이냐. 당신이 나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냉소하며 이번 공동성명의 핵우산 내용이 예년과 다를 게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37차 SCM 때 ‘핵우산 제공’ 삭제를 요구했다가 이제 와서 핵우산 공약을 강화해 달라며 갈팡질팡하는 한국의 모습이 안쓰럽게 비친 듯했다.
그뿐인가. 지난해 미국 측에 전시작전권 환수 협의를 호기롭게 제의했던 한국이 뒤늦게 환수 시기를 늦추기 위해 고집 부리는 상황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졌겠는가.
이런데도 자화자찬(自畵自讚)만 하는 한국 국방부를 보면서 기자의 얼굴이 화끈거렸다.워싱턴에서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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