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용 씨와 최민희 씨의 경우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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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에 임명된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의 이력은 노무현 정권의 ‘보은(報恩)-회전문 인사’의 완결판 같다. 대구 남구청장을 지낸 이 씨는 2004년 여당 국회의원 후보로 총선에 징발됐다가 낙선하자마자 환경부 장관에 발탁됐다. 그러더니 올해 5·31지방선거에 다시 차출돼 대구시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지 석 달 만에 건보공단 이사장 직을 얻었다.

이사장 공모(公募)를 시작할 때부터 이 씨 ‘사전 내정’은 설(說)의 수준을 넘어 기정사실로 나돌았다. 청와대는 그를 환경부 장관에 앉힐 때는 ‘환경운동가 경력’을 전문성의 근거로 들더니 이번에는 ‘치과의사 경력’을 내세웠다. 국민을 우습게 알아도 유분수지, “코드인사가 뭐가 나쁘냐”는 뻔뻔스러운 태도가 차라리 우직해 보인다.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퇴직한 4급 이상 공무원 중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한 사람이 61명이다. 그중에서도 정부산하기관 사장·이사장에 9명, 감사에 7명, 이사에 10명이 ‘낙하산’으로 내려갔다. 이러니 ‘낙하산 실태 국정조사’를 하자는 야당 주장도 무리가 아니다.

위헌적 신문법 제정의 바람잡이 역할을 한 이른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사무총장을 지낸 최민희 방송위원회 신임 부위원장의 그제 국회 답변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그는 “방송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전문가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도 못했다. 과거 ‘국회의 나눠 먹기식 방송위원 배정’을 비판했던 자신이 방송위원이 된 데 대해서는 “임명권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을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최 씨는 극단적 언행으로 보수언론을 공격했던 사실을 추궁받자 “시민단체에서 쓰던 언어와 국가기관에서 쓰는 언어는 달라야 한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제 출세했으니 점잖게 행동하겠다는 다짐인가. 그는 지난해에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유시민 의원이 당의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코드 맞추기’ 발언도 했다.

이래저래 정권의 한심한 수준을 확인시키는 기막힌 인사들을 보며 국민 자존심은 한번 더 멍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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