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혹시 당신 금융문맹 아닌가요?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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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기업 팀장인 이모(38) 씨가 겪은 경험담이다.

이 씨가 어느 날 은행 창구에서 볼일을 보려는데 은행 직원이 “축하드립니다. VIP고객에 선정되셨습니다. 앞으로는 혼잡한 1층 창구에서 일 보시지 마시고 바로 2층 VIP룸을 이용하세요”라고 말했다.

이 씨는 ‘VIP고객? 그런 건 몇억 원씩 맡기는 사람들이나 되는 거 아닌가’라며 당황해했다.

사연은 이랬다.

이 씨는 3년 전 아파트 전세를 얻은 뒤 남은 돈 5000만 원을 은행 보통예금에 맡겼다.

보통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었지만 ‘이자, 그게 몇 푼이나 된다고’라며 그냥 돈을 묻어뒀다. 이후 같은 통장으로 월급과 보너스가 들어와도 당장 쓸 돈만 인출하고 통장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통장에 모인 돈이 모두 1억 원. 3년 동안 보통예금 평균 잔액이 약 8000만 원이었다. 결국 2%도 안 되는 초저금리로 무려 3년 동안 평균 8000만 원을 은행에 묵묵히 맡겨둔 ‘공로’를 인정받아 VIP고객에 선정된 것이었다. 이 씨는 자유롭게 입출금을 해도 연 4% 넘는 이자를 주는 머니마켓펀드(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 같은 상품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저축은행에 예금을 하면 금리가 은행보다 더 높으며 5000만 원까지는 저축은행이 부도가 나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금융 지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전형적인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인 셈이다.

○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위험

‘펀드 전도사’로 불리는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물어 본다.

“몇 살까지 사실 계획이세요? 건강해 보이시네요. 노후 준비는 돼 있나요? 만약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면 건강해서 오래 사는 건 축복이 아니라 위험입니다. 비참하게 노년을 맞이할 위험이 너무 크다는 거지요.”

실제 금융문맹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만약 나이 30세, 총자산이 1억 원 정도 되는 사람이 이 돈을 연 4% 수익률로 은행에 맡겨두면 이 돈은 36년 후인 나이 66세에 4억 원으로 불어난다.

그러나 이 돈을 회사채나 저축은행 등에서 파는 특판 예금에 가입해 연 수익률을 6%로만 높이면 이 돈은 36년 후에 8억 원으로 불어난다. 결과가 더블로 차이가 나는 것. 더 열심히 금융지식을 익혀 다양한 상품에 가입한 결과 연 수익률을 8%로 높이면 이 돈은 36년 후에 16억 원이 된다. 노후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 꾸준한 노력만이 해결책

문제는 금융문맹을 벗어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책 한두 권 읽는 정도로는 금융지식이 축적되지 않는다. 취미를 갖고 열심히 오래 공부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1600억 원가량의 고객 자산을 맡고 있는 삼성증권 Fn아너스테헤란점 이애란 차장은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신문을 꾸준히 읽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재테크 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식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 것.

또 자신이 이해하는 분야부터 조금씩 투자를 늘려나가면서 금융지식을 늘리는 기쁨을 즐길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꾸준히 공부하면 1년 정도면 기초가 쌓이고 2년 정도면 실전 투자가 가능해진다고 조언한다.

○ 금융문맹을 벗어나기 위한 팁

금융문맹을 벗어나기 위한 팁은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실전 투자를 적극 활용해 볼 것을 권한다. 직접투자이건 간접투자이건 자신이 경험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기 때문.

단 주식투자를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직접투자는 100만 원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순전히 공부를 위해 내는 수업료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100만 원이라고 얕잡아보지 말고 100만 원을 1억 원처럼 소중하게 굴려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이 소중할수록 공부하는 양이 많아지고 더 많이 배우게 된다.

나머지 금융자산은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간접투자에도 여러 요령이 있다. 또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누가 더 좋은 펀드를 찾느냐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금융지식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펀드에 가입할 때에는 투자 비중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40세라면 100-40, 즉 자산의 60% 정도를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나머지 40%는 비교적 안전한 채권형 펀드에 가입한다.

나이가 30세로 젊다면 더 공격적으로 자산의 70%(100-30)를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다. 나이가 50세라면 안전한 채권형 펀드 비중을 50%까지 높인다.

신문을 볼 때에도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끈질기게 확인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이 뭔지, 특판 상품이 왜 금리가 높은지, 그리고 이런 특판 상품은 언제 파는지, 증여세와 상속세의 기본 공제 액수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지식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어느 순간 자산을 직접 설계할 자신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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