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減稅 외치더니 부동산 거래세 인하엔 반발하나

  • 입력 2006년 8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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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부동산거래세(취득·등록세) 세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하자 전국 16개 시도 자치단체장들의 협의기구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지방자치제도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린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지방정부의 세수(稅收) 감소가 우려된다며 재산에 세금을 매길 권한을 지자체에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거래세가 지방세 전체 수입의 36%를 차지하기 때문에 거래세율을 낮춰 세금이 덜 걷히면 지자체 재정 형편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회 있을 때마다 감세(減稅) 즉, 세율 인하를 주장해 온 한나라당 소속이 대부분인 시도지사들이 ‘국민 세금 부담 완화 및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거래세율 인하에 반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감세 정책을 쓰는 나라들은 세율 인하, 경제 활성화, 세원 확대, 세수 증대의 선(善)순환을 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감세 주장을 펼 때 이런 점을 강조해 왔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의 거래세율 인하 방침 발표 직후 “감세는 우리가 주장했던 것인데 여당이 생색을 낸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8월 임시국회를 ‘감세국회’로 설정해 부동산거래세와 보유세를 더 낮추겠다”며 다른 야당과 공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당론(黨論)이 당 소속인 지자체장들에게서부터 거부당하는 형국이다. 이러니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의 당-정-청 정책 불화(不和)를 비판할 자격도 없지 않은가.

물론 정부가 거래세 인하의 파급 영향을 충분히 짚어 보지 않은 점은 잘못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줄여 준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한 것이 벌써 1년 전이다. 그전에도 부동산세제 개편을 논의할 때마다 이런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거래세율 인하가 세수 증감에 미칠 영향을 따져 볼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단기적으로 지방 재정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 당연히 보전 방안을 검토했어야 했다. 이런 것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시스템도 엉망인 무능한 정부’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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