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심조항 위헌’ 신문법 폐기해야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코멘트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어제 일부 위헌(違憲) 결정을 내렸다.

핵심 쟁점이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조항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각각 재판관 7 대 2와 전원 일치로 위헌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결정은 신문법이 메이저 신문을 탄압하기 위해 무리를 거듭한, 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악법(惡法)임을 웅변한다.

헌재는 일부 다른 조항에 대해 합헌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핵심 조항이 위헌이므로 신문법은 폐기돼야 마땅하다. 신문법은 이제 대들보가 무너진 집과 같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언론을 권력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만든 신문법은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

신문법은 노무현 정권이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정권에 비판적인 메이저 일간지를 ‘손보기’ 위해 만든 법이다. 이는 언론자유 탄압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정권의 반(反)민주 횡포였다. 군사정권도 이런 무모한 짓은 포기했었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관공서의 기자실을 폐쇄하고, 공무원의 언론 접촉을 금지했으며, 비판적 보도를 무더기로 제소해 언론의 기를 꺾으려 했다. 그런가 하면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이용해 방송을 쥐락펴락하고, 그것도 모자라 국민의 세금으로 ‘국정브리핑’ 같은 관영선전매체를 직접 만들었다.

신문악법의 제정에 ‘홍위병’ 노릇을 한 자칭 시민단체들과 이에 동조해 곡학아세(曲學阿世)한 일부 지식인, 국회 통과를 거들어 준 한나라당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대표적 위헌조항은 역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관한 것이다. 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일 때와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60% 이상일 때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정해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은 1개사 점유율 50%, 3개사 합계 75% 이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신문에 대해서만 이를 낮춘 것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3개사를 겨냥한 명백한 ‘표적 입법’이었다.

이 정권 사람들은 ‘신문은 일반 상품과 달리 공익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문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독자(讀者)의 개별적, 정신적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 만큼 불공정행위의 산물이 아니다’고 명시하면서 법 조항이 평등권과 신문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못 박았다. 신문의 발행부수가 많고 적음은 독자들이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특정 신문들을 옭죄기 위해 정권이 내세운 궤변을 헌재가 정면으로 물리친 셈이다.

헌재가 적지 않은 조항에 대해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또는 직접성(直接性)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은 유감이다. 헌재는 신문사 경영자료 신고·검증·공개 조항에 대해 신문의 공익성을 고려해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 기업보다 더 상세한 신문사 경영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라고 의무화하는 것은 분명 언론자유 침해다. 정치권력(정부)은 헌재가 결정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 외부 세력’이다.

동아일보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려는 정치권력의 어떤 기도에도 맞서 싸울 것임을 국민과 독자 앞에 거듭 다짐한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비롯한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