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월드컵 속으로]한국의 잠 못 이루던 밤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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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요즘 ‘축구’와 ‘첨단 기술’ 덕분에 하나가 되고 있다. 한국축구대표팀이 독일에서 첫 승을 거둔 바로 그 순간, 독일에 있던 나는 한국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환호를 볼 수 있었다. 서울 거리에는 2002년의 기적을 이룬 한국 국민의 흥분이 되살아나 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같은 나라 출신이지만 성향은 다른 딕 아드보카트 한국 감독은 프랑크푸르트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루지 못한 위업에 도전했다. 홈팀의 응원이 없는 원정경기에서의 첫 승이 그것이다. 결국 안정환이 해냈다. 놀라운 골이었다. 놀라운 신념이었고, 놀라운 투혼이었다.

토고축구대표팀은 뻔뻔스러운 집단에 불과했다. 그들은 자국 국민을 인질로 삼고 몸값을 요구했다. 선수들은 토고 국민 평균 연봉의 200배에 이르는 거액을 보너스로 요구했다. 토고 감독은 사퇴하겠다며 팀을 떠났다가 경기 당일 돌아왔다. 그들은 이미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그런 자충수는 두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 릴리앙 튀랑, 클로드 마켈렐레를 다시 대표팀에 소집하기로 했을 때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셈이다. 게다가 소속팀에서만큼의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한 파트리크 비에라와 티에리 앙리가 그들을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했다.

세월은 프랑스 선수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지단이 더는 이전의 화려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스위스와의 첫 경기에서 알 수 있었다. 지단의 경기 모습은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보여 줬던 역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2002년 대회 때의 지친 모습에 더 가까웠다.

힘이 빠진 지단의 모습은 한국에는 희망적이다. 토고전 후반전에서 보여준 것보다 빠른 템포로 뛴다면, 그리고 히딩크 감독에게서 배우고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어가고 있는 교훈을 상기한다면, 한국 팬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은 2라운드까지 이어질 듯하다.

승리 또는 무승부라면 임무 완수다. ‘붉은악마’들의 가슴 속에서 희망이 솟아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크로아티아의 경기 도중 브라질 카카가 문전 25m 지점에서 공을 받았을 때 아마도 크로아티아 골키퍼 스티페 플레티코사는 카카의 중거리 슛을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몸을 던졌을 때는 이미 카카가 찬 공이 골네트를 흔들고 있었다.

한국 팬들은 안정환의 슛이 낫다고 생각할 테고, 독일 팬들은 첫 경기에서 보여준 토르스텐 프링스의 슛이 더 멋지다고 주장할 것이다. 체코 팬들은 토마시 로시츠키에게 점수를 줄 테고, 네덜란드 팬들은 아르연 로번이 최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호주 팬들에게 팀 케이힐만 한 선수가 없을 것이다.

골은 승리만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골은 우리의 생활을 활기차게 만든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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