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경준]론스타 회장의 불쾌한 말바꾸기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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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기금 1000억 원 기부 약속은 한국 국민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다른 동기는 없다.”(4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기자회견)

“한국 내 적대적인 반(反)외국인투자 정서 때문에 투자에 큰 불확실성이 생겼다. 이는 외환은행 매각 시기에도 영향을 미쳤다.”(5월 23일 미국 뉴욕 기자회견)

미국계 사모투자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한 달여 만에 크게 바뀐 것일까.

2003년 외환은행 인수 관련 의혹과 과세 문제 등으로 은행 재매각에 제동이 걸린 론스타의 처지는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도 뉴욕 회견에선 ‘감사하는 마음’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레이켄 회장은 ‘패닉(공황)’, ‘급격한 자본 유출’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들일 때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었다고 했다. 어려울 때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를 이제 와서 옭아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회견은 수사가 적시에 끝나 론스타가 한국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은근한 협박’으로 끝났다.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 검찰, 감사원, 국세청 관계자는 물론 해외에 있는 한덕수 경제부총리, 정문수 대통령경제보좌관도 한마디씩 했다. “오해다. 외국인을 차별 대우하지 않는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급락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는 그레이켄 회장의 ‘반외국인 정서’ 발언으로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더 거세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기우(杞憂)라는 게 중론이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인 매도는 지난달 25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추세일 뿐”이라고 말했다.

템플턴캐피털투자자문 마크 홀로웨스코 수석 펀드매니저도 “론스타 문제는 장기 투자하는 외국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론스타와 장기 투자자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당국도 편협한 국수주의에 매몰돼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한국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고도 세금 문제로 조사를 받는다고 해서 회장이 직접 나서서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은 아무리 외국자본이라지만 적절한 처신은 아닌 듯하다.

정경준 경제부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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