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黃우석 이후’ 정직한 연구로 거듭나자

  • 입력 2006년 5월 13일 02시 59분


코멘트
검찰이 어제 발표한 ‘황우석 사태’ 수사 결론은 황 씨가 논문 조작을 직접 지시했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애당초 없었다는 것이다. 황 전 교수팀이 정부와 민간 후원단체 등에서 받은 연구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과학 분야의 성수대교 붕괴사건’이라는 검찰의 말처럼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

과학의 생명은 진실에 있다. 그런데 황 전 교수팀은 과학계의 자율 검증 기능이 허술한 틈을 타 실험 결과와 논문을 조작하는 사기극을 벌였다.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더구나 황 전 교수는 연구비 28억 원을 가로챘으며 차명(借名)계좌를 63개나 만들어 악질 경제사범 못지않은 수법으로 관리해 왔음이 드러났다. 여야 정치인 수십 명에게 150여 차례에 걸쳐 5000여만 원의 정치자금도 제공했다니, 연구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과학자인지 로비스트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검찰 수사결과는 과학기술정책의 총체적 실패도 재확인했다. 생명공학 육성이라는 국가전략을 특정인에게 맡겨 놓고도 사후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연구의 진실성과 투명성, 윤리성 확보를 감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황우석 사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미국 영국 등은 잇달아 줄기세포 연구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은 10년간 1조4000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새 출발의 결의를 다져야 한다. 우선 정부가 ‘정직한 연구’를 뒷받침하고 국민은 이번에 자정(自淨)능력을 보여 준 과학자들에게 성원을 보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