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팡누(房奴)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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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열풍이 대단하다. 시장이 생긴 지 8년밖에 안 됐지만 우리보다 더 뜨겁다. 중국은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공공주택을 개인에게 불하하고, 주택을 새로 지어 분양했는데 성장이 너무 빨라 5년 만에 거품 징후가 나타났다. 빈집이 많은데도 분양이 거의 다 됐다는 사기성 광고도 줄을 잇는다. 막대한 분양차익을 노려 현찰을 들고 ‘떴다방’으로 나선 중국 내 유대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2020년 중국의 도시인구는 7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매년 주택 용지 2억 m² 이상, 30평형 아파트로 200만 채씩 공급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상하이 박람회를 호재(好材)로 여긴 외국인들도 부동산 투기에 가세했다. 한국 사람들이 빠질 리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거래 실명제, 양도소득세, 미등기 전매금지 제도를 도입하고 지난달에 또 금리인상 등 숱한 규제를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요즘 다시 추가규제설이 나돈다.

▷최근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가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91%가 주택 구입을 위해 은행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자의 31%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 상환에 쓰고 있다고 한다. 뛰는 집값에 절망한 선전(深(수,천))의 무주택자 쩌우타오(鄒濤) 씨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은행 대출로 집을 샀다간 15년간 수입의 절반가량을 갚아야 한다”며 “평생 팡누(房奴·집의 노예)로 살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집값이 합리적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에는 집을 사지 말자”는 그의 주장에 ‘무주택 동지들’이 호응한다.

▷미국인의 90%가 주택 구입 때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고 대부분 은퇴할 때까지 갚아나간다. 주택, 자동차 등의 할부금을 갚으며 살아가는 미국인들은 ‘페이먼트(payment·지불) 인생’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참, 쩌우 씨의 희망대로 집값이 폭락하면 그의 소득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요즘 한국 서민은 주택담보대출 받기도 힘들다는 걸 그가 아는지 모르겠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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